
컨슈머타임스=김윤호 기자 | 류병훈 SK하이닉스 미래전략 담당 부사장은 4일 "고대역폭 메모리(HBM)는 단기적으로는 성장이 확실하지만, 전방 산업이 탄탄히 자리 잡기 전까진 변동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AI 데이터센터의 구축 속도까지 감안해 신중하게 투자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 부사장은 이날 뉴스룸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이 모든 시그널을 유심히 살피며 수요를 전망하고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을 세워나갈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류 부사장이 맡고 있는 미래전략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의 성장 방향을 고민하고 지원하는 조직이다. 시황, 트렌드, 경쟁 환경 등을 파악하고 회사의 성장 전략에 반영하여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조직의 주 역할이다. 이에 미래전략은 다양한 부서와 협업해 정보를 폭넓게 수집하고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 나가고 있다.
미래전략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HBM 시장은 청신호다. PC용, 모바일용, 서버용 메모리에 이어 전도유망한 제품군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류 부사장은 "AI 서비스가 고도화될수록 메모리 월(Memory Wall)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를 극복할 제품으로 HBM이 떠오르고 있다"며 "따라서 이 제품 수요는 더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물론 장밋빛 미래만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류 부사장은 앞으로 고려해야 할 변수도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방 산업에 주목해야 한다"며 "다수의 AI 기업이 모험자본의 손을 빌리고 있고, FOMO(자신만 뒤처지고, 소외되는 것 같은 불안함을 느끼는 증상)로 인한 수요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류 부사장은 장기간 동안 IT와 반도체 산업 역량을 축적하고, SK그룹 내 여러 회사에서 성과를 만들어 왔다. 2012년 SK텔레콤 재직 당시 그는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에 큰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전후방 산업 특성을 파악했고 이후 SK C&C, SK스퀘어 등을 거치며 IT 산업 변화와 투자 동향도 몸에 익혔다. 그는 올해 세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는 포부다.
류 부사장은 "단기적 목표는 어느 곳에 자원을 집중하고, 어떤 제품 라인업을 강화할지 생산·투자 관점에서 최적점을 찾는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생성형 AI처럼 시장 변화를 이끌 기술·사업·거시적 인자를 파악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 목표는 글로벌 운영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라며 "예컨대 실리콘밸리의 공급망 변화를 감지하면 이를 의사결정에 즉시 반영해 생산·투자를 일사천리로 조정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류 부사장은 "지정학적 상황, 공급망 변화, 기업 간 합종연횡 영향으로 미래 반도체 시장은 급격히 변할 것"이라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진일보한 운영 체계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큰 그림부터 보고 세부적으로 채워나가는 '탑다운(Top Down) 관점'에서 통찰력과 예지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AI 시장 전체를 보면, 전방 사업자들이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을 높이려는 흐름이 있다"며 "여기서 고객 맞춤형(Customized) 제품의 수요가 증가한다는 인사이트가 나온다. 때문에 앞으로는 경쟁 환경을 고려한 합종연횡과 고객 밀착 서비스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 보고, 미래전략을 고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