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마감런·도시락 구독…식비 절약 '이 악문'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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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마감런·도시락 구독…식비 절약 '이 악문' 청년들
  • 안솔지 기자 digeut@cstimes.com
  • 기사출고 2024년 05월 27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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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비 부담에 극단적인 '식비' 절약법 유행
마트·편의점 마감할인 및 도시락 구독 이용 확산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델리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 안솔지 기자]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델리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 안솔지 기자]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1. 서울 광진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3)씨는 매일 출근 전 점심시간에 먹을 도시락을 싼다. 외식물가가 급등하면서 매번 밖에서 사먹어야 하는 상황이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몇몇 동료들도 김씨의 '도시락 파티(party, 일행)'에 동참했다.

김 씨는 "만원으로 한 끼 점심값을 해결하기가 점점 빠듯해지고 있어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며 "일주일치 식단을 미리 짜고, 평일 하루 날을 잡아 마트 마감할인 시간에 맞춰 장을 보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출이자, 월세, 관리비 등 고정비를 줄일 수 없으니 '식비'에서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야 여윳돈이 확보 되더라"고 덧붙였다.

#2. 서울 마포구 거주 직장인 이모(34)씨는 퇴근 후 집에 들어가기 전 꼭 편의점에 들른다. 편의점이 이 씨의 필수 귀가코스가 된 지 석 달 정도 됐다. 그는 편의점에 들러 저녁으로 먹을 도시락을 구매한다. 편의점 도시락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서다.

이 씨는 "도시락 구독 할인에 통신사 할인까지 적용하면 5500원짜리 도시락을 3000원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며 "한 달에 15끼를 사먹는다고 하면 구독료를 포함해도 정가보다 2만원 가량을 아끼는 셈"이라고 말했다.

최근 밥상물가가 치솟으면서 2030세대 청년들의 눈물겨운 식비 졸라매기가 이어지고 있다. 가처분소득(개인소득 중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 자체가 적은 청년들의 입장에서는 가장 쉽게 줄일 수 있는 것이 식비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느끼는 외식물가 부담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외식 물가 상승률은 3.0%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9%) 보다 0.1%포인트 높았다. 외식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을 웃도는 현상은 2021년 6월부터 35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즐겨먹는 외식 메뉴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자료를 보면 서울 기준 지난달 김밥 가격은 3362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7% 올랐다. 여름철 자주 찾게 되는 냉면 역시 7.0% 오른 1만1692원으로 1만2000원에 육박했다. 

이밖에 △비빔밥 1만769원(5.7%) △김치찌개 백반 8115원(4.6%) △자장면 7146원(3.3%) 등의 먹거리도 너나할것 없이 모두 가격이 뛰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청년들은 한 푼이라도 식비를 아낄 수 있는 방법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 

최근에는 대형마트 '마감런'도 불사하고 있다. 통상 오후 7시 이후 진행되는 대형마트의 '마감할인'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다. 

특히 델리코너 제품들은 당일 생산·당일 판매가 원칙이기 때문에 마감시간이 임박해오면 가격표를 교체하고 할인 판매에 나서지만, 품질엔 문제가 없어 인기가 높다. 마감할인 시간을 이용하면 정상가 보다 10~40%가량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편의점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편의점 마감할인을 노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 GS25가 지난해 11월말 론칭한 마감할인 서비스 판매량은 지난해 12월 대비 올해 3월 6.7배 증가했다. 이용 고객 중 2030세대의 비중은 72%로 절대적이었다. 매출 상위 품목은 도시락, 샌드위치, 김밥, 주먹밥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편의점 도시락의 경우 마감 할인 뿐만 아니라 구독 서비스를 통해 구매하는 경우도 많았다.

GS25는 '우리동네GS클럽 한끼'이라는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월 구독료 3990원만 내면 도시락·김밥·컵라면 등의 제품을 약 2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올해 1~4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한끼서비스 이용 건수는 36.1% 늘었다. 월 2500원을 내면 카페25 전 메뉴를 25% 할인해주는 '우리동네GS클럽 카페25' 서비스도 같은 기간 59.1% 신장했다.

도시락, 샐러드, 즉석원두커피 등 원하는 품목의 월 구독료를 내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CU 구독' 역시 지난해 143% 증가했다. 2개 이상의 구독 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비중도 2021년 15%에서 지난해 31%까지 늘었다. 또 'CU 구독' 이용 고객의 연령도 2030세대가 6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냉장고에 남아 있는 식재료를 활용해 끼니를 해결하는 '냉장고 파먹기', '냉장고 털기'도 유행 중이다. 24일 기준 인스타그램에 해당 해시태그를 달고 업로드 된 게시물이 약 26만개에 달한다. 

이밖에 하루 동안 전혀 지출을 하지 않는 '무지출 챌린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과 소비 내용을 공유하고 점검하는 '거지방'도 인기다.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소비행태가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처분 소득이 없는 청년들은 고물가가 장기화되는 등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여력이 그만큼 없기 때문에 결국 필수적으로 지출해야 되는 식비 지출을 낮추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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