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 '뽑아놓고 탈락' 대학생 울린 대한적십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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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뽑아놓고 탈락' 대학생 울린 대한적십자사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12월 21일 0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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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공모전' 운영 미숙·심사기준 번복…한적 "미안하게 생각"
   
 

대한적십자사가 미숙한 홍보 공모전 진행으로 수상작을 뽑아 놓고 탈락시키는 촌극을 연출했다.

심사기준을 번복하는 등 내부적으로 혼란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돼 참가자들의 거센 비난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 수상작 선정→탈락 "억울하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가 주최한 '2011 헌혈공모전'에 참가한 김씨는 최근 수상이 돌연 취소된 사연을 털어놨다.

김씨의 주장에 따르면 동영상 분야에 공모한 김씨 팀은 최종 심사과정인 파이널리스트에 진출했다. 표절시비 등 추후 논란을 없애기 위해 주최 측이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예비 수상작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절차다.

김씨를 비롯한 팀원들은 공식 수상 소식을 기다리던 중 자신들의 응모작이 다른 참가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 팀의 영상이 주최 측이 공지한 해상도 규격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적십자사가 공지한 해상도 규격은 '640*480 픽셀 / 24프레임 이상'. 김씨 팀이 제출한 영상은 이보다 해상도가 높은 960*540픽셀이었다. 해상도와 프레임 모두 기준 '이상'이 돼야 하는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규격 준수와 관련한 논란에 적십자사 측은 당초 '공모전의 취지는 응모자들이 규격을 준수하는지를 보는 게 아니라 작품 아이디어와 내용을 본다'는 입장을 공지를 통해 밝혔다.

심사위원들의 합의 하에 규격을 준수하지 않은 작품은 공통적으로 감점 처리해 평가가 이뤄졌다는 부연도 뒤따랐다. 김씨 팀의 영상이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상작 선정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자 적십자사는 입장을 바꿔 김씨 팀을 수상자 명단에서 제외했다.

김씨는 "대학생들은 취업이나 스팩 때문에 기업이나 정부단체의 공모전에 아이디어 제공을 전제로 참여한다"며 "처음부터 탈락했다면 우리 아이디어나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생각했겠지만 (입상을 앞두고 수상이 취소된 것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규격 준수 여부 논란 직후 대한적십자사가 밝힌 입장
대한적십자사는 운영에 미숙한 점이 있었던 점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곳 관계자는 "파이널리스트에 작품이 올랐다고 최종 선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공정한 심사를 위한 3차 심사과정"이라고 해명했다.

◆ "규격에 부합하지 않아…미안하게 생각"

이어 그는 "규격과 관련한 문제 제기가 있어 심사위원들과 최종적으로 다시 협의해 수상작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작품 규격보다 아이디어를 우선한다는 1차 내부 협의가 문제 시 되자 다시 협의를 거쳐 규격에 부합하지 않는 작품은 모두 탈락 시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수상하지 못한 팀에는 충분히 사과했고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운영에 미숙한 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적십자사가 해당 공모전을 3년째 진행해 오고 있는 터라 처음 운영하는 데 따른 '실수' 정도로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적십자사의 애매한 규격 공지와 입장 번복으로 인해 공모전 참가자들이 입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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