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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타는 보일러'로 유명한 귀뚜라미그룹의 최진민 회장이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독려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진땀을 빼고 있다.
18일 귀뚜라미보일러와 재계에 따르면 이 회사 인트라넷에 최근 '서울시민 모두, 오세훈의 황산벌 싸움 도와야', '공짜근성=거지근성'이라는 제목의 글이 각각 게재됐다. 글 소개란에 '최 회장의 지침'이라고 적시돼 있어 최 회장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읽힌다.
◆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공지를 요청하셔서…"
글을 올린 사람은 귀뚜라미보일러 간부 A씨. A씨는 "회장님께서 8월24일 서울시 무료급식 관련 투표에 앞서 우리 귀뚜라미 가족들이 아래 사실을 알고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공지를 요청하셔서 공지한다"며 "특별한 경우가 없다면 8월24일 서울시 주민들은 투표에 참여하도록 하라는 지침을 주셨다"고 밝혔다.
해당 글들은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이들을 '빨갱이'로 규정할 만큼 보수층의 시각이 그대로 담겨있다.
'서울시민 모두, 오세훈의 황산벌 싸움 도와야!'라는 제목의 글은 극우논객인 지만원 씨의 글로 확인됐다. 지씨는 이 글을 통해 "빨갱이들이 벌이고 있는 포퓰리즘의 상징"이라며 "무상급식을 서울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무효화시키지 않으면 이 나라는 포퓰리즘으로 망하게 될 것"이라는 등 시종일관 무상급식 반대입장을 펴고 있다.
'공짜근성=거지근성'이라는 글은 '문화일보' 윤창중 논설실장의 글을 짜깁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글은 "어린 자식들이 학교에서 공짜 점심을 얻어먹게 하는 건 서울역 노숙자 근성을 준비시키는 것"이라며 "밥을 제힘으로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뇌리에 박혀있지 않는 한 어린 자식은 커서도 자립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가난한 집안의 아이가 공짜 점심 먹고 자라면 나이들어서도 무료 배급소 앞에 줄을 서게 된다"고도 언급하고 있다.
귀뚜라미그룹 관계자는 "(최진민) 회장님이 직접 쓰신 글이 아니다"라며 "주변 지인이 이메일로 보낸 글을 사내 간부들에게 전달했는데 이중 A씨가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회장님의 의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커져 글을 올린 A씨가 지금 매우 괴로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의 지침' 대목을 놓고는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정계의 비난이 최 회장에게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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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서울시당 관계자는 "해당 공고문은 자유로운 주민투표 운동의 범위를 벗어나 회사 내 특수관계인에 의한 부당한 압력으로 볼 수 있다"며 "특히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무상급식을 비판하고 빨갱이, 좌파의 책동 등 비상식적인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관위 등에서 투표의 불참 역시 투표행위로 해석하는 등, 보이콧 행위 자체가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는데도 투표참여만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다"며 "부당한 주민투표 개입행위에 대해 선관위가 즉각적인 조사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귀뚜라미그룹은 해당 지침 내용에 대해 즉각 사과해야 할 것"이라며 "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기업들도 최소한의 상식을 가져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현행 주민주표법 제28조 벌칙조항의 5호는 '직업·종교·교육 그 밖의 특수관계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주민투표에 부당한 영향을 미친 자'에 대해 최대 징역 5년 이하 혹은 3000만원의 벌금을 내도록 정하고 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