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살 노부부, 아들손자 사랑하는 맘 안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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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살 노부부, 아들손자 사랑하는 맘 안고 떠났다
  • 유경아 기자 kayu@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5월 10일 12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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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와 암으로 투병생활 중이던 노부부가 어버이날에 동반 자살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8일 오후 5시 30분께 경기도 용인시 신봉동의 한 아파트에서 전모(69)씨와 노모(62.여)씨 부부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전씨 부부는 함께 사는 큰아들(40)과 며느리(38) 그리고 초등생 손자 2명과 함께 살고 있었으나 전날 아들가족을 지방으로 여행 보낸 뒤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명문대 법대 출신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전씨는 30년 전부터 극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계속 정신과적 치료를 받아왔다.

법조인으로 활동하는 학교 친구들과 다른 길을 걷는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며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정신과적 치료까지 받게 된 전씨는 지난해부터는 중증 노인성 치매까지 앓아왔다.

이 때문에 전씨의 아내 노씨는 아들 내외와 손자들이 직장과 학교에 가 있는 동안 거동이 불편하고 대·소변조차 가리지 못하는 남편을 가사도우미와 함께 간호해왔다.

하지만 노씨도 점점 몸이 악화돼 7개월 전 암 수술을 받고 통원치료를 하면서 우울증세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남편의 병수발을 들지도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던 노씨는 결국 아들가족을 제주도로 여행 보낸 다음날인 8일 오후 '미안하다, 고마웠다'는 내용의 유서를 방에 남기고 집 베란다에 스스로 목을 맸다. 남편 전씨도 침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 부부는 아들에게는 '고맙다. 미안하다. 아버지, 엄마가 같이 죽어야지 어느 하나만 죽으면 짐이 될 것이다', 며느리에게는 '고맙고 미안하다. 아들들 잘 키워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손자들에게는 '엄마.아빠와 행복해라. 사랑한다'라는 말을, 형제들에게는 '우리 자식들 고생했는데 잘 도와줘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전했다.

전씨의 큰아들은 경찰에서 여행을 가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거라며 말을 잇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유족들의 진술과 유서 내용을 토대로 지병을 앓아 온 이들 노부부가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동반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한 후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할 계획이다.

컨슈머타임스 유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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