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채권단 압박 속 운명은?
상태바
금호아시아나, 채권단 압박 속 운명은?
  • 최동훈 기자 cdhz@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04월 12일 08시 00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채권단, 사실상 그룹 자구안 거부…업계 "국익 차원서 자구 기회 제공 고려할 만"

▲ 서울 중구 소재 금호아시아나그룹 센트로폴리스 사옥.
▲ 서울 종로구 소재 금호아시아나그룹 센트로폴리스 사옥.
[컨슈머타임스 최동훈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해 산업은행을 위시한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을 사실상 거부당했다. 그룹이 충분한 여력을 갖추지 못해 채권단이 요구하는 고강도 솔루션을 내놓기 어려운 가운데 향후 귀추에 대한 업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11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전날 제출한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계획에 대해 미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채권단은 "그룹 자구안 내용은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미흡하다"며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일가의) 사재 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인 방안이 없다"고 주장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앞서 10일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계획'을 제출했다. 작년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업무협약(MOU)의 만기가 6일 도래했지만 재무구조 개선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MOU 기간을 연장하려는 취지다.

금호아시아나 자구안에는 △유동성 문제 해소 자금 5000억원 지원 요청 △그룹 총수일가 보유 금호고속 지분 전량 담보 제공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등 보유자산 및 그룹사 자산 매각 △경영정상화 기간 3년 간 이행여부 평가 △목표 미달 시 아시아나항공 M&A 진행 가능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이번 자구안에는 그룹 총수 일가의 강렬한 갱생 의지가 엿보인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일가의 보도(寶刀) 격인 금호고속 지분이 담보물로 내걸렸기 때문이다. 그룹은 박 전 회장과 차남 박세창 아시아나IDT 상무의 금호고속 지분 42.7%를 담보로 제공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앞서 금호타이어 지원을 위한 대출 담보물로서 상태를 해줄 것을 동시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박 전 회장 부인 이경렬씨와 장녀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총 4.8%를 추가로 담보 제공할 계획이다. 이밖에 그룹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M&A 가능성을 타진하고 계열사를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안도 내놓았다. 이 같은 자구안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채권단에 500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자구안을 산술적 가치로 환산할 때 그룹이 채권단에 요구한 자금과 비등한 규모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도 분석됐다.

이경렬씨와 박세진 상무의 지분 4.8%는 작년 10월 26일 금호고속 공시에 표기된 주식 취득 단가를 기준으로 환산할 때 141억원 가량의 가치를 지닌다. 박 전 회장과 박세창 사장의 총 지분 42.7%는 1262억원 수준이다.

그룹이 별도 전제 없이 매각을 추진하기로 한 아시아나 주요 계열사 가운데 제1항공 계열사 에어부산의 시가총액은 11일 장마감 기준 3119억원에 달한다. 이외 기재를 축소하고 비수익 노선을 정리하는 등 경영 효율을 높이는 방안의 금전적 효과까지 감안할 경우 지원 규모에 근사한 자금을 확보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이 그룹 자구안을 거부한 이유는 실질적인 효력을 갖춘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룹 대주주인 총수 일가가 사재를 출연하거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적절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박 전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결과를 기대한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금호고속 전량을 내놓거나 유상증자를 통해 결과적으로 일가의 지분 비율을 낮춤으로서 지배력을 끌어내리려는 의도가 담긴 행보라는 해석이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총수 일가가 실질적 희생없이 지배력을 유지한 가운데 돈을 빌리고 시간을 벌어보려는 것 아니냐고 여기는 분위기가 감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더욱 강력한 수정안을 내놓기에는 힘이 부치는 상황이다. 부채비율은 작년 말 기준 625.0%에 달할 정도로 시장 신뢰를 이미 많이 잃은 상황이다. 투자자가 솔깃할 만한 자금조달 방안은 오히려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는 형편이다. 그룹의 주요 수익원인 항공분야 기업들을 떼어낼 경우 가장 건강한 자금 조달 방식인 영업수익 창출이 더욱 요원해질 계제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가 MOU 기간을 연장하지 못할 경우 지난 MOU에서 내건 조건대로 신규 여신 중지, 만기도래 여신 회수, 경영진 교체 권고 등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그룹은 채권단 입장 발표에 따른 후속 조치를 마련하는데 온 힘을 쏟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채권단과 좀 더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만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그간 우리나라 업계의 한 축을 맡아온 점이 감안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각 그룹사의 산업 내 위상과 영업능력, 일자리 창출 등 경제사회에 기여해온 점을 미뤄 그룹 스스로 '파국'을 면할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하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 교수는 "델타항공이나 유나이티드 항공, 일본항공 등은 각종 대내외 변수로 파산이나 상장폐지 등 극단적 위기에 처했었지만 정부 도움으로 살아나 지금은 현지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부실이 워낙 크기 때문에 공적자금이 반드시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국가 이익 차원에서 (채권단이) 지금보다는 전향적인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