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별세…경청의 리더십 보여준 '침묵의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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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별세…경청의 리더십 보여준 '침묵의 거인'
  • 김현우 기자 top@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03월 04일 15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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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중심에 둔 '믿음의 경영', 끊임 없는 혁신…'글로벌 두산' 기틀 닦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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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김현우 기자 | "모든 사원이 일생을 걸어도 후회 없는 직장이 되도록 하겠다."

"인재가 두산의 미래를 만드는 힘이다."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3일 저녁 노환으로 별세했다.

박 명예회장이 지난 3일 향년 87세로 별세한 가운데 '침묵의 거인'으로 불리던 고인만의 '경청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고인의 지인들은 "주변의 모든 사람을 넉넉하게 품어주는 '큰 어른'이셨다"고 말한다.

고인은 1932년 고(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6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963년 동양맥주 평사원으로 두산그룹에 입사했다. 이후 한양식품 대표, 동양맥주 대표, 두산산업 대표 등을 거친 뒤 1981년 두산그룹 회장에 올랐다.

인화를 중심에 두고 인재를 중시한 경영으로 오늘날 '글로벌 두산'의 기틀을 닦았던 고인은 상대의 말을 끝까지 경청한 뒤 자신의 뜻을 짧고 간결하게 전했다. 사업적 결단의 순간 때도 그는 실무진의 의견을 먼저 경청했고 다 듣고 나서야 입을 열어 방향을 정하는 등 '경청의 리더십'을 보였다.

또 한 번 일을 맡기면 상대방을 신뢰하고 오래도록 지켜보는 '믿음의 경영'을 실천했다. 고인에 대해 두산 직원들은 "세간의 평가보다 사람의 진심을 믿었고, 다른 이의 의견을 먼저 듣고 존중하던 '침묵의 거인'이라는 평가로 엄지를 치켜올렸다.

평소 인화를 강조했던 고인은 "인화로 뭉쳐 개개인의 능력을 집약할 때 자기실현의 발판이 마련되고, 여기에서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 나온다"고 말했다. 또 "'인화'란 '공평'이 전제되어야 하고, '공평'이란 획일적 대우가 아닌 능력과 업적에 따라 신상필벌이 행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사원이 일생을 걸어도 후회 없는 직장이 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가졌던 고인은 "인재가 두산의 미래를 만드는 힘이다"라고 항상 강조했다. 고인이 생전에 한 아래와 같은 발언에는 사람에 대한 생각이 잘 담겨있다.

두산그룹 회장 재임 시 그는 국내 기업 처음으로 연봉제를 도입하고 대단위 팀제를 시행하는 등 선진적인 경영을 적극 도입했다. 1994년에는 직원들에게 유럽 배낭여행 기회를 제공했고, 1996년에는 토요 격주휴무 제도를 시작했다. 또 여름휴가와 별도의 리프레시 휴가를 실시하기도 했다.

앞서 동양맥주에 재직중이던 1964년에는 당시 국내 기업에서는 생소하던 조사과라는 참모 조직을 신설해 회사 전반에 걸친 전략 수립, 예산 편성, 조사 업무 등을 수행하며 현대적 경영체계를 세우기 시작했다. 두산그룹 출신 한 원로 경영인은 "바꾸지 않으면 생존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셨던 분이다. 새로운 경영기법이나 제도가 등장하면 남들보다 먼저 해보자고 하셨다"고 회고했다.

그는 부단한 혁신을 시도했다. 창업 100주년을 한 해 앞둔 1995년의 혁신이 대표적이다. 경영위기 타개를 위해 당시 주력이던 식음료 비중을 낮추면서 유사업종을 통폐합하는 조치를 단행, 33개에 이르던 계열사 수를 20개 사로 재편했다. 이어 당시 두산의 대표사업이었던 OB맥주 매각을 추진하는 등 획기적인 체질 개선작업을 주도해 나갔다. 이 같은 선제적인 조치에 힘입어 두산은 2000년대 한국중공업, 대우종합기계, 미국 밥캣 등을 인수하면서 소비재 기업을 넘어 산업재 중심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렇게 고인은 새로운 시도와 부단한 혁신을 통해 두산의 100년 전통을 이어갔고, 더 나아가 두산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고인은 국제상업회의소 한국위원회 의장,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경영 성과를 인정 받아 1984년 은탑산업훈장, 1987년 금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정원(두산그룹 회장), 지원(두산중공업 회장), 딸 혜원(두산매거진 부회장) 씨 등 2남 1녀가 있다. 빈소는 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지며,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발인과 영결식은 7일이며, 장지는 경기 광주시 탄벌동 선영이다.

 

첨부7_1996년 5월 두산그룹 신 CI 선포식에서 새로운 심벌이 새겨진 그룹기를 흔들고 있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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