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선 첫 발부터 삐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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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선 첫 발부터 삐끗?
  • 박준응 기자 pje@cstimes.com
  • 기사출고 2018년 04월 04일 14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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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엘리엇 "추가조치 필요…세부계획 달라" 입장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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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박준응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초장부터 반대에 부딪혔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현대차그룹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성명을 발표하고 추가적인 노력을 주문했다. 

엘리엇은 이날 성명을 통해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지분을 10억 달러(약 1조500억원) 이상 매입했다"며 "회사와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위해 더 많은 노력(추가조치)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그룹 내 계열사 구조조정과 자본관리 최적화, 주주 환원 등 달성방안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헤지펀드 업계의 큰손으로 알려진 폴 싱어가 1977년 창립한 헤지펀드다. 대량의 주식 매수를 통해 기업의 주요 주주가 돼 경영에 적극 관여하는 방식으로 보유주식의 가치 상승을 도모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면서 인지도를 얻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출자구조 개편을 통해 현대모비스를 축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분할합병한 후 기아차,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대주주인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매입해 4개 순환출자 고리를 끊겠다는 의도다. 현대차그룹 구상이 실현되면 대주주-현대모비스-완성차-개별사업군으로 지배구조가 정리된다. 

이 과정에서 현대모비스는 모듈·사후서비스(A/S) 부품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하고, 이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게 된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오는 5월 29일 각각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번 분할·합병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엘리엇이 이 같은 분할합병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경우 현대차그룹이 구상하고 있는 개편안이 당초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엘리엇이 언급한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등의 시가총액에 엘리엇이 보유한 지분가치(약 1조500억원)를 비교하면 지분율 자체는 높지 않다. 현재 모비스 지분 중 현대차그룹 오너가가 확보한 우호지분은 약 30% 정도로 알려졌다. 

하지만 엘리엇이 현대모비스 인적분할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경우 주총서 50% 가까이 되는 외국인 지분율의 표심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 지는 미지수다. 

반면 실제 엘리엇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엘리엇이 보유한 지분율 자체가 낮고 엘리엇의 반대 입장표명이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합병비율(0.61 대 1)은 현대차그룹의 의뢰를 받은 전문 회계법인이 자본시장법에 의거해 각각 본질가치와 기준주가를 반영해 결정했다.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엘리엇이 승소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해외 IR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과 이로 인한 각 계열사별 주주가치 상승효과에 대해 설득하는 작업을 병행하면서 '엘리엇 변수'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엘리엇의 입장 발표 직후 "향후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투자자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동시에 국내외 주주들과 충실히 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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