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컨슈머타임스 우선미 기자] 올해 들어 지난 3일까지 53개 기업이 자사주 처분공시를 했다. 이들 중 임직원 성과급 지급을 이유로 자사주 처분 공시를 한 기업은 23개사로 전체의 43.39%에 달한다. 이는 기업의 실적, 내실 등과 무관하게 이뤄졌다.
통상 자사주 취득은 배당과 함께 주주환원정책으로 인식되지만 자사주 처분은 주가에 대한 고평가 인식과 함께 주가 하락을 유발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무리한 '성과급' 지급...동아엘텍·우노앤컴퍼니·GS건설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기준 167위인 동아엘텍은 지난달 30일 자사주 29만6105주를 1주당 2만2050원에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총 65억2912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목적은 운용자금 및 임직원 인센티브 지급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 2161억5993만원, 영업이익 336억2973만원, 당기순이익 316억5904만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의 20.62%에 달하는 금액을 임직원 성과급 잔치에 쓴 셈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706위인 우노앤컴퍼니도 지난달 23일 30억5000만원 규모의 자사주를 일괄 처분했다. '근로자 복지' 차원에서 성과급을 지급하기 위한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연결기준 389억9843만원의 매출액, 53억4075만원의 영업이익, 3억4362만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개별기준으로는 8억43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런 사정은 덩치가 큰 기업이 포진한 유가증권시장도 다르지 않다. 코스피 시가총액 100위인 GS건설은 6만8888주를 1주당 2만9750원에 팔아 총 20억4941만원을 '미지급 성과급' 명목으로 지급했다.
GS건설의 지난해 매출액은 11조360억원으로 전년 대비 4.38%(4629억원) 늘었다. 하지만 공사미수금, 분양미수금, 미청구공사, 받을 어음, 기타매출채권 등 '빚'을 의미하는 매출채권 비율이 39.6% 달한다.
![]() |
||
내실이 부실함에도 '복지금'이나 '격려금'을 핑계로 자사주를 쌈짓돈처럼 처분하는 기업들이 있어 소액주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시가배당율도 저조한 편에 속했다.
통상 자사주 취득은 배당과 함께 주주환원정책으로 인식돼 주가 상승을 견인한다. 반면 자사주 처분은 주가에 대한 고평가 인식을 심어주고 주가 하락을 유발한다. 임직원 성과급 지급을 위한 자사주 처분도 마찬가지다.
올해 들어 자사주를 처분한 기업들 대부분이 시가배당률도 저조한 편으로 나타났다. 시가배당률은 배당금이 배당기준일 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지난해 말 기준 GS건설은 2013년 이후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 올해도 별도의 배당이 없었다. 동아엘텍의 연간 시가배당률은 0.52%, 미래에셋대우 0.69%, 우노앤컴퍼니 2.45%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자사주 처분 목적으로 '임직원 성과급 지급' 외 주가 및 재무구조 안정화, 개발비 확보 등을 기재했더라도 속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 전문가들 "다른 이유로 자사주 처분해도 속사정 따져봐야"
지난해 말부터 3일까지 자사주 처분을 '임직원 성과급 지급' 외의 목적으로 기재한 기업은 30개사다.
이 중 고려산업, 교보증권, 싸이맥스, 아세아텍, 인터엠, 카이노스, 팜스웸바이오, 프럼파스트 등 8개 기업이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자사주를 처분했다.
위메이드는 개발비 확보를, JW제약은 단기차입금 상환을 목적으로 했다. 롯데케미칼, 잇츠스킨, 지트리비앤티, KG케미칼 등은 주식 교환을 위해 자사주를 처분했다.
네오위즈게임즈, 백산, 쌍용건설, 성도이엔지, 아바코, 에이치케이저축은행, 지엔씨에너지, 처음앤씨, 컴투스, 코웨이, 휴켐스, 한국전자인증, 한올바이오파바는 주식매수(도)청구권 행사를 이유로 자사주를 줄였다.
이 밖에 KBS미디어가 임의 무상 소각을 위해 자사주를 처분했다. 기타 선바이오는 소재불명 원수유주 반환을 위해서, 민앤지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한국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임직원 성과 보상을 목적으로 자사주를 처분한 비중은 2014년과 2015년 각각 47%, 53%에 달해 가장 많았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사주는 실질적으로 주주환원의 의미보단 자금운용 재량권을 높이는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자사주 취득의 배당효과나 기업 자사주 운용정책을 평가할 때 각사 특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