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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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 이지영 기자 ljy@cstimes.com
  • 기사출고 2024년 04월 16일 1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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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컨슈머타임스=이지영 기자 |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금통위원)이 하반기 금리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밝혔다. 현재 치솟고 있는 환율과 관련해서도 우리나라의 경제 펀더멘탈을 생각했을 때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16일 조윤제 한은 금통위원이 4년의 임기를 채워 이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조 위원을 만나 그동안 금통위원으로서 바라본 경제 지표와 현재 경제 상황 및 금리 결정, 그간의 소회 등을 자세히 들어봤다.

Q. 이번 자리를 만들게 된 배경은.

==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자간담회'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자주 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금통위는 7명의 협의체이므로 금통위원이 통화정책과 관련해 개별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도 떠나기 전에 인사를 드리고 이야기를 나누고 가고 싶었습니다.

Q. 4년 동안 금통위원으로 지냈는데.

== 돌아보면 지난 4년은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역병으로 인한 펜데믹 위기, 30년 만에 맞게 된 세계적 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중앙은행으로서는 시험과 도전의 시기였습니다. 금통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중앙은행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저 나름대로 고민하고, 모색하며 판단하려 했던 기간이었습니다. 그에 대한 평가는 추후 언론, 국내외 학계 및 전문가, 그리고 시장에 맡기려 합니다.

Q. 금통위원으로 재임하며 임했던 마음가짐은 어땠는지.

== 4년간의 금통위원 재임 중 지키려 했던 원칙이라면 원칙이랄까 하는 것은 저 개인의 입장을 떠나 늘 중앙은행에 맡겨진 역할에 충실하려고 했던 점입니다. 펜데믹으로 인한 초 완화적 통화정책과 각종 유동성, 자금 지원 과정에서도 중앙은행의 관점에서 지켜야 할 것은 지키고, 대응해야 할 것은 빠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방향으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아마도 제가 정부에서 근무하는 사람이었다면 달리 보고 접근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가가 어떤 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설계하고 그것을 국민과 국회의 동의를 얻어 법으로 규정했을 때에는 그에 상응하는 취지에 따라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경제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지난주 한은의 발표처럼 만약 목표 수준대로 물가가 진행된다면 금리 인하 가능성은.

== 개인적인 의견은 하반기에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성장률도 그렇고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많은 편이고 어떻게 보면 금융시장이 지난 수개월 동안 완화적 흐름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를 서둘러서 인하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가장 중요한 전제가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간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위원들의 공통의견이라서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 큰 틀에서 예를 들면 하반기에 평균 소비자 물가가 2.3% 정도로 간다고 하면 연말에는 또 그보다 더 낮은 수준이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됐을 때 지금보다 실질금리는 더 올라가게 되고 더 긴축적 효과를 가지게 되는 거죠. 또 동시에 통화정책이라는 게 조금 선제적이어야 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하반기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금통위 회의 결과를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고요. 지금 상황에서 서둘러 금리 인하를 얘기할 단계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물가가 더 빠르게 안정됐으면 좋겠죠. 물가 수준이 언젠가는 분명히 목표 수준대로 수렴하게 될 거라고 저희 금통위원들은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Q. 계속해서 환율이 치솟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 오늘 환율이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더라고요. 달러 강세가 되면서 원화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면 DXY(미국달러지수)가 한 4.5% 정도 강세를 나타낸 거죠. 그에 따라서 우리나라 환율은 사실은 그것보다 조금 더 절하가 됐습니다. 한 5.6% 절하가 됐었고 반면에 일본은 우리보다 더 많이 금년 들어 저하가 됐고 위안화는 또 우리보다 훨씬 덜 절화가 됐죠. 그래서 우리가 환율이 조금 더 약화되면서 약세를 보였던 겁니다.

전반적으로 보면 우리가 크게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에 중동 정세 불안과 관련이 있는데 특히 우리는 오일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굉장히 높잖아요. 그래서 그런 면에서 더 약화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환율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데 제 생각으로는 우리가 경상수지 흑자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고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펀더멘탈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환율의 변동성이 있겠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Q. 현재 우려할 만한 경제 지표 수준이 아니라고 하셨는데요. 개인, 기업 등 경제주체들은 여전히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해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해석되는 경제지표와 경제 주체들 간의 괴리를 어떻게 봐야할까요.

== 저도 이발소나 이런 데 가면 항상 그런 말씀을 많이 듣는데요. 개인과 기업 등이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긴 흐름으로 봤을 때 체감물가와 또 실제 집행 물가와는 차이가 나듯이 경제정책을 하거나 또는 통화정책을 할 때는 전체적인 흐름을 보고 할 수밖에 없지요. 금리가 어떤 대상이나 특정 부분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서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요. 수출, 생산, 서비스, 제조업 이런 것들을 모두 보면서 전망하고 있는데, 지금 수출은 상당히 호조를 보이고 있고 또 앞으로 더 개선될 거라는 그런 전망이 우세하고, 물가도 고물가가 지속되긴 했지만 지금은 기조적으로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소비도 그동안에 굉장히 침체였죠. 그렇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또 내년으로 갈수록 회복될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전망하고 있어요.

경제 정책을 할 때는 물론 부문별의 흐름도 간과해서는 안 되지만 결국 금리 정책 같은 것은 전체적인 흐름을 보고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보면 지금 흐름이 지난해에 비해서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 대해 설명한다면.

== 한국은행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주요 목표로 해서 통화정책을 수행하고 있지만 정책수단은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에 비해 제한되어 있는 편입니다. 통화정책은 궁극적으로 시장의 금리와 유동성 수준을 통해 물가, 성장 등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국내 금융시장의 금리와 유동성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뿐 아니라 주요국, 특히 미국의 통화정책에 의해 큰 영향을 받고, 또한 금융정책·감독 당국의 신용, 감독 관련 정책, 정책금융기관, 한국전력공사 등과 같은 준 재정기관의 대출행위, 자금조달 방식 등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 대출제도, 포워드가이던스 등이 이 과정에서 어떤 파급경로를 통해 얼마만큼의 효과를 가져오게 되는지에 대한 보다 정치한 분석과 연구결과를 축적하여 통화정책의 유효성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정부의 재정정책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영업행위와 시중금리, 유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신용 정책, 정부부처 및 공기업, 정책금융기관들의 준 재정정책 등과도 보다 잘 조율될 수 있도록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개인적으로 보면 지난 4년은 외교관 생활에서 다시 경제학자로서의 직업으로 돌아오게 된 기간이었습니다. 전임 이주열 총재님, 현 이창용 총재님, 함께 했던 동료 금통위원님들, 그리고 집행부 간부들과 직원들로부터 많이 배웠고,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제 자신의 '평생직업'을 학자로 생각해왔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책을 읽고 공부하고, 쓰고 싶은 글이 있으면 쓰면서 그렇게 지낼 생각입니다.

◆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조윤제 한국은행 금통위원은 1952년생으로 경기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1984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4년 세계은행 경제분석관, 1989년부터 1992년까지 국제통화기금 경제분석관을 지냈으며 1995년 기획재정부 장관 자문관, 한국조세연구원 부원장을 역임했다. 1997년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로 부임했고 2003년 노무현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에 임명됐다. 2005년 주영국 대한민국 대사관 특명전권대사, 2008년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등을 지냈고 2017년에는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를 거쳐 주미국 대한민국 대사관 대사로도 임명됐다. 이후 2020년 4월부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 4년의 임기를 채워 이달 퇴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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