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이미현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들어 줄곧 그룹 차원에서 '신사업'과 함께 위기극복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최근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 17년간 이끈 민간 외교 단체 '아시아소사이어티코리아'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결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행보는 당장 성과가 가시화하지 않더라도 미래 기회를 선점하고 위기를 돌파하려는 신 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롯데의 신성장 동력으로 △바이오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 등을 꼽으며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신사업 메타버스 △ABC(AI, Big Data, Cloud) △모빌리티(자율주행, 전기차 충전) △라이프 플랫폼 등 4가지 테마로 전시관을 설치하고, 주주들을 대상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CALIVERSE)'와 그룹 인공지능(AI) 플랫폼 '아이멤버(Aimember)' 등 신사업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신 회장은 올 초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 국내 경제 저성장, 국내외 정치적 이벤트 등으로 과거보다 더 예측 불가능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진단하며 "그룹 전체가 경영 환경 변화를 주시해야 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한 바 있다.
롯데 관계자는 "이커머스 강세 등 급격한 유통환경 변화에 따라 기존 오프라인 유통사들이 위기 대응을 위한 업무효율화는 필수적"이라며 "롯데도 롯데마트‧슈퍼 통합 등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인 동시에 성장동력이 되어 줄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의 미래 먹거리 키워드로 지목된 '바이오앤웰니스'는 그룹 계열사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담당한다. 롯데는 바이오를 미래 핵심 사업으로 낙점하고 지난 2022년 6월 자회사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한 바 있다. 지난달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가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에도 선임되면서 바이오 사업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여줬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 상반기 바이오 플랜트 착공하고 오는 2030년까지 3개의 바이오 플랜트를 완공해 의약품을 적재적소에 공급하는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성장하겠단 목표다.
롯데의 또 다른 성장동력 키워드인 '모빌리티'는 계열사 롯데이노베이트(옛 롯데정보통신)의 자율주행, 전기차 충전 사업과 연관된다.
롯데이노베이트는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핵심 정보기술(IT)을 통해 롯데그룹을 비롯한 고객사의 디지털 전환과 함께 메타버스, 전기차 충전, 라이프플랫폼 등 다양한 신사업을 전개하며 그룹 미래 혁신을 담당한다.
이를 위해 2021년 메타버스 전문회사 '비전VR'을 인수 후 사명을 '칼리버스'로 변경한데 이어 2022년 전기차 충전 전문회사 '이브이시스(EVSIS)'를 인수한 바 있다.
특히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는 롯데의 신사업을 위한 핵심 카드로,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칼리버스는 쇼핑, 엔터테인먼트, UGC(사용자 제작 콘텐츠) 등을 극사실적인 비주얼과 독창적인 인터랙티브 기술을 접목해 만든 초실감형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 가전 박람회 'CES2024'에서 선보인 바 있다.
롯데 관계자는 "예를 들어 메타버스 칼리버스를 활용해 롯데하이마트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가전을 초실감형으로 실내 배치 가능하기 때문에 매장에 방문하지 않아도 선호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며 "대기업 가전제품 매장과 비교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브이시스의 전기차 급속 충전기 사업도 신 회장이 챙기는 핵심사업이다. 이번 CES 2024에서 일반 승용차를 완전히 충전하는 데 5분밖에 소요되지 않는 1메가와트(㎿)급 충전기 프로토타입을 선보이며, 롯데만의 급속·초급속 충전기 경쟁력을 공개했다. 이 같은 급속·초급속 충전기로 국내를 비롯 글로벌 전기차 충전 시장 공략뿐 아니라 롯데 유통 계열사와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롯데마트, 롯데백화점에 전기차를 몰고 온 고객들이 쇼핑을 즐기는 동안 지하 주차장에서 배터리 풀충전이 가능하게 된다"면서 "고객들이 롯데를 선택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뉴라이프플랫폼'은 오카도 협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롯데쇼핑은 온라인 그로서리(식료품)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2025년 부산에 오카도의 통합 솔루션인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이 적용된 첫 번째 자동화물류센터(CFC)를 오픈한다.
이곳에서는 데이터 및 AI에 기반을 둔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는 물론, 상품 피킹과 패킹, 배송 노선을 고려한 배차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화로 이뤄진다. 상품 집적 효율성을 높여 기존 온라인 물류센터보다 두 배가량 많은 상품을 취급하고, 배송 처리량도 두 배가량 늘어난다.
신 회장은 "오카도 협업을 통한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롯데는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서울, 수도권 등을 포함한 지역에서 6곳 자동화물류센터(CFC)를 구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