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매각' 11번가, 기업 가치 '반등'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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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매각' 11번가, 기업 가치 '반등' 가능할까
  • 안솔지 기자 digeut@cstimes.com
  • 기사출고 2024년 01월 17일 0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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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스퀘어, '콜옵션' 포기…FI, 강제 매각 진행 중
매각 희망가 5000억원 설정…'헐값 매각' 논란도
연내 오픈마켓 흑자 목표…'기업가치 향상'에 집중
안정은 11번가 사장이 11일 서울스퀘어 11번가 본사에서 새해 경영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사진=11번가)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강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1세대 이커머스 기업 11번가가 올해 오픈마켓 흑자를 달성하고, 2025년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루겠다는 목표로 내세웠다. 이는 대외적인 논란 속에서도 수익성 개선을 통한 기업 경쟁력 가치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 매각 작업에서 유리한 상황을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안정은 11번가 사장은 최근 임직원을 대상으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꾸준한 수익성 개선 기조 아래 지난해 영업 손실을 줄이는데 성공했고, 특히 오픈마켓 사업은 지난달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흑자를 기록했다"며 "11번가는 커머스 경쟁력 강화에 더욱 집중하고, 사업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효율 개선 노력을 병행해 2024년 오픈마켓 사업의 연간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11번가는 △판매자 성장 △가격 △트래픽 △배송 △인공지능(AI) 등 5개의 신규 조직을 신설한다. 각 조직별로 핵심과제 수행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 이커머스의 기본 경쟁력인 상품, 가격, 트래픽, 배송, 편의성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11번가가 올해 목표를 '오픈마켓 흑자전환'에 방점을 둔 것은 '수익성 개선을 통한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매각 작업을 위한 몸값 높이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11번가는 대주주인 SK스퀘어의 콜옵션 포기에 따라 재무적 투자자(FI)의 동반매도요구권(드래그얼롱)이 발동돼 강제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11번가의 FI인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은 최근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삼정KPMG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은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 에이치앤큐(H&Q) 코리아 등으로 구성됐다. 

나인홀딩스 컨소시엄은 지난 2018년 11번가에 5000억원을 투자하면서 지분 18.18%를 가져갔다. 당시 FI는 5년 내 상장을 조건으로 내세웠으나, 11번가는 업황부진과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적자를 지속하며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이후 SK스퀘어가 11번가에 대한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면서 FI는 SK스퀘어가 보유한 지분 80.26%까지 한꺼번에 제3자에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 얼롱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은 매각 희망가를 5000억원대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18년 투자 당시 11번가 기업가치인(약 3조원 안팎)을 한참 밑도는 금액으로, 현재 시장 추정가(약 1조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FI가 11번가를 '헐값'에 내놓은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FI가 투자 원금과 이자 정도만 회수해 빠져나가기 위한 의도로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11번가는 '수익성 강화'라는 한 길만 보고 달려가고 있다. 비효율 사업을 정리하고 역직구 서비스 준비에 나선 것은 물론, 내달부터 오픈마켓 사업자를 대상으로 서버 이용료도 부과하기로 했다.

11번가는 이달 초 '티켓11번가' 서비스를 종료했다. 2010년 출시 이후 14년 간 이어온 서비스에서 과감히 손을 뗀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는 '홈앤카'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같은 달 희망퇴직도 실시했다. 이는 비용 효율화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그 대신 시장 성장성이 높은 해외 이커머스 시장을 겨냥한 신규 역직구 서비스인 '글로벌11번가'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11번가는 최근 구매·판매 약관에 '국외에 개설했거나 국외 판매를 위해 운영하는 해외 11번가 사이트'와 '국외 사업자가 운영하는 사이트'라는 내용을 새롭게 추가했다.

또한 다음 달부터 오픈마켓 사업자를 대상으로 서버 이용료를 받는다. 서버 이용료는 플랫폼 업체가 구축한 서버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일종의 '자릿세' 개념이다. 11번가는 전월 구매 확정액 기준 월 500만원 이상인 판매자에게 매달 서버 이용료 7만7000원을 부과할 방침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내 오픈마켓 사업은 흑자 구조가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러한 기조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오픈마켓 사업의 연간 흑자 달성도 기정사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기반으로 내년 오픈마켓 사업 흑자 규모를 확대하면서 리테일 사업인 슈팅배송 비용을 효과적으로 컨트롤한다면 오는 2025년까지 전체 사업에 대한 흑자 전환도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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