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탄 대신 전기료?…또 '가격 인상' 군불 지피는 시멘트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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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탄 대신 전기료?…또 '가격 인상' 군불 지피는 시멘트 업계
  • 박준응 기자 pje@cstimes.com
  • 기사출고 2023년 02월 28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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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시멘트 가격 기습인상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가격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시멘트 가격 기습 인상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가격 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컨슈머타임스=박준응 기자 | 최근 시멘트 가격이 연내 다시 오를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유연탄 가격 상승을 빌미로 두 차례나 가격을 인상했는데, 올해는 전기료가 올라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고 또 다시 불씨를 지피고 있다. 치솟았던 유연탄 가격은 연초 다시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는데, 지난해 가격 인상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가격을 올리겠다는 주장에 관련업계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를 보면 이달 24일 기준 유연탄 가격은 톤당 173.89달러(호주산 뉴캐슬 6000㎉/톤 기준)까지 내렸다. 지난해 9월 역대 최고인 톤당 452.81달러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61.6%나 가격이 하락했다. 일반적으로 유연탄 가격은 시멘트 원가 중 가장 높은 약 30%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시멘트 업체들은 유연탄 가격 급등을 명분으로 내세워 지난해 상반기 톤당 시멘트 가격을 17~19% 인상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11~15% 인상했다. 당시 중소 레미콘 업계는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첨예한 갈등 양상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양측이 인상된 가격 적용 시점을 올해로 미루는 데 합의하며 갈등이 간신히 봉합됐다.

이처럼 연초 들어 다시 유연탄 가격이 안정세를 찾았음에도 최근 시멘트 업계서 또 한 번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엔 전기료 인상을 명분으로 들고 나왔다. 

시멘트 업계 1위 쌍용C&E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두만 부사장은 올초 실적 발표서 "올해 정부 방침에 따라 전기료가 4번에 걸쳐 50% 인상될 계획"이라며 "전기료가 인상되면 가격 인상을 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한전은 앞서 지난해 세 차례 전기요금을 인상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kWh당 13.1원을 인상했다. 연내 추가적인 요금 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소성로(시멘트 제조 설비)를 가동하는 데 드는 전기료는 시멘트 원가에서 유연탄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멘트 업체의 한 관계자는 "아직은 구체적으로 시기나 인상 폭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진 않는 상황"이라면서도 "전기료 인상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올해 건설경기나 업계의 상황이 어렵다보니 각 업체별로 가격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고 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레미콘 업계는 "가격 재인상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유연탄 가격은 안정세를 찾았고 지난해 인상된 시멘트 가격은 레미콘 가격에 아직 반영조차 하지 못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유연탄보다 원가 비중이 낮은 전기료 부담을 이유로 다시 가격을 올리는 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중소 레미콘 업체의 한 관계자는 "유연탄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이는 일언반구 언급하지도 않고 전기세를 핑계로 가격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대단히 이기적인 발상"이라면서 "최근 원자재가격 인상, 무리한 레미콘 운송비 인상 등의 요인으로 경영난으로 허덕이는 중소 레미콘 업체들이 늘고 있는데, 무리하게 시멘트 가격인상을 단행한다면 이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건설업계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시멘트 가격 상승이 레미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 가뜩이나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멘트 업계와 레미콘 업계의 갈등 여파로 공사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울 때는 모두가 힘든 시기를 버텨야 한다"며 "속사정을 누구보다 더 잘 아는 사이인 만큼, 서로의 사정을 살펴 적절한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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