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연말 '퇴직연금 이동' 우려에 과당경쟁 자제령
상태바
금감원, 연말 '퇴직연금 이동' 우려에 과당경쟁 자제령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컨슈머타임스 김지훈 기자] 30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의 연말 자산이동을 앞두고 금융감독원은 과도한 자금유치 경쟁에 자제령을 내렸다. 수십조원의 자금 이동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쏠림이 발생할 경우 일부 금융사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44개 퇴직연금사업자와 46개 비사업자 등 총 90개 금융사에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 제공·운용·금리공시 관련 유의사항' 공문을 통보하며 행정지도에 나섰다.

금감원은 "최근 잇따른 기준금리 상승과 자금시장 상황에 따라 퇴직연금 시장에서 연말 자금유치를 위한 과당경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을 제공하는 상품제공기관은 12월 금리결정 시 상품제공에 따른 비용과 운용수익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등 퇴직연금시장의 공정한 경쟁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달라"고 말했다.

매년 12월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의 만기가 집중돼 상품제공기관 간 자금이동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예기치 않은 자금유출에 사전 대비할 수 있도록 당부했다.

금감원은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 판매로 유입된 자금의 만기, 듀레이션의 일치 여부, 고위험자산에 집중 투자 여부 등을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이상징후 발견시 현장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퇴직연금 판매 과정에서 다른 회사를 비방하거나 근거 없는 소문을 유포하는 등의 공정거래질서 훼손 행위에 대해서도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이 퇴직연금 과당경쟁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연말 대규모 자산이동이 채권시장 불안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금융사의 퇴직연금 디폴트(지불불이행)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퇴직연금은 사업자와 기업 간 1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에 연말에 수십조원의 자금 이동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더 높은 수익성을 약속한 곳으로 퇴직연금 사업자가 바뀌면 기존 퇴직연금 자산에 포함된 채권을 매각한 후 현금화해 새로운 사업자에게 줘야 한다.

최근 불안한 채권시장에 단기간 수십조원에 달하는 채권 물량이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채권 매각이 불발되거나 불가피하게 헐값으로 팔아야 할 경우 사업자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퇴직연금이 연말에 만기가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유동성에 욕심이 나는 금융기관들이 너무 한쪽으로 당기게 되면 교란이 생기면서 모두가 나빠지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감원이 구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데이터라든가 메커니즘을 금융기관에 설명을 드리고 협조를 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퇴직연금 과당경쟁 자제령과 함께 '커닝공시' 금지도 행정지도 공문에 담았다.

퇴직연금 사업자는 매달 운용상품 금리를 4영업일 전까지 홈페이지에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데 상품판매제공자에 해당하는 비사업자에게는 이 같은 의무가 없다. 이에 비사업자가 사업자의 금리를 참고해 이보다 더 높은 금리로 고객을 빼앗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했다.

금감원은 퇴직연금 사업자뿐만 아니라 비사업자도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의 만기와 금리를 매달 금리적용 개시일(매월 1일)의 4영업일 전에 금감원에 제출하고 그와 똑같은 내용으로 3영업일 전에 공시할 것을 요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