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미래먹거리 모듈러 사업 확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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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미래먹거리 모듈러 사업 확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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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가이스트의 하남시 덕풍동 위치한 프리패브 콘셉트하우스.
자이가이스트의 프리패브 콘셉트하우스.

[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최근 건설사들이 미래먹거리로 모듈러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가 270만호 주택 공급 계획 추진을 발표한 이후 속도전이 가능한 '모듈러 주택'이 부각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모듈러 공법은 탈(脫) 현장(OSC) 건축 방식으로 주요 골조를 포함한 기본 마감재를 공장에서 제작한 후 현장에서 조립하여 짓는 방식이다. 특히 스마트 건설로 공사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고품질의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택 공급 대안이자 미래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건설사들의 모듈러 사업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은 1457억원 규모로 전년(267억5000만원)보다 444.67% 급성장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모듈러 주택 시장이 5년 이내 1조~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듈러 공법이 주목받고 있는 건 시공 시 전통적인 철근 콘크리트 공법을 사용했을 때보다 공사 기간을 절반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고, 공장에서 미리 작업을 할 수 있어 현장 인력 고민도 줄고 소음과 분진, 폐기물 발생률도 적어지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리스크에 대한 고민을 덜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공사장에 널리 쓰이는 철근 콘크리트 공법은 철근을 먼저 세운 뒤 거푸집을 만들고 콘크리트를 붓는 작업으로 이뤄지다 보니 양생 작업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공사 기간이 길다. 특히 날씨와 현장 인력 구성에 어려움이 많다 보니 공사 기한을 맞추는 것도 녹록지 않은 일이다.

반면 모듈러 주택은 기둥·슬래브(판 형태의 구조물)·보(수평으로 하중을 지탱하는 구조재) 등 주요 구조물 제작과 건축 마감을 공장에서 선작업 후 현장으로 운송해 조립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덕분에 폐기물 발생이 적고 재활용도 가능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최근 윤석열 정부가 270만가구 이상 주택 공급을 목표로 내건 시점에서 모듈러 주택이 주목받는 이유다.

가장 적극적인 시장 개척에 나선 건 GS건설로 유럽 선진 모듈러 공법을 이용한 고급단독주택 콘셉트하우스를 공개하며 시장 대중화에 나섰다.

GS건설은 자회사인 자이가이스트가 지난달 27일 경기도 하남시 덕풍동에 프리패브 콘셉트하우스를 준공했다. 자이가이스트는 GS건설이 지난 2020년 100% 출자해 만든 프리패브(Prefab) 전문회사로 목조 모듈러 단독주택 및 고급 주택단지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콘셉트하우스는 대지면적 262.4㎡에 건축연면적 208.3㎡의 2층 규모로 목구조의 프리패브 공법으로 시공된 고급 단독주택이다. GS건설이 인수한 폴란드 '단우드'사의 패널(벽체)가 구조체로 사용되는 등 유럽에서 검증된 선진 프리패브 공법과 아파트 브랜드 '자이'의 디자인이 결합된 한국형 고급 단독주택이다. 이는 전문주택업체의 단독주택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위한 B2B 모델로 일반 개인 단독주택을 위한 B2C 모델은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GS건설은 자이가이스트 외에도 국내에서는 PC(Precast Concrete) 회사인 GPC를 설립하고, 유럽에서는 폴란드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회사 단우드와 영국의 스틸 모듈러 전문회사 엘리먼츠 유럽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관련 사업 수주에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허윤홍 GS건설 신사업부문 대표는 "자이가이스트의 친환경 프리패브주택은 단지형 단독주택 시행사에게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기회를 제공하고, 고객에게는 차별화된 단독주택의 라이프스타일의 가치를 전달해 국내 주거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모듈러 주택팀을 신설한 삼성물산도 올 들어 4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180억원 규모 모듈러 주택 건설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6월에는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스마트건설지원센터 제2센터를 준공하기에 이르렀다. 이어 지난달 26일에는 포스코건설·포스코A&C와 글로벌 모듈러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국내외 모듈러 연계사업에 대한 협력과 공동수행에 나서고 모듈러의 상품성 향상을 위한 공동연구·개발에도 힘을 모은다는 전략이다.

아산탕정 중학교 증축공사 투시도.
아산탕정 중학교 증축공사 투시도.

중견 건설사 가운데서는 호반건설이 지난달 말 충남 아산시 아산탕정 중학교 증축 공사에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아산탕정 중학교 증축 공사는 지하 1층~지상 4층 총 5개층 규모로 8개 교실과 기타 부속 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아산탕정 중학교 증축 공사는 이달 착공해서 2023년 상반기에 완공할 예정이다.

호반건설은 인공지능 건축설계 스타트업 '텐일레븐'의 'BUILDIT-M'을 활용해 현장공사도 최소화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 공사에는 철골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을 적용한 스마트 설계, 열차단과 차음 성능을 가진 스마트필름 블라인드 시공(일부 창호) 등 신기술을 적극 도입했다. 교육시설로는 최초로 제로에너지건축물(ZEB)과 에너지효율등급(1++)을 충족한 모듈러 건축물을 만들겠다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호반건설은 학생들의 학사 일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증축하기 위해서 모듈러 공법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계룡건설도 지난달 1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세종 행복주택을 착공했다. 사업을 통해 세종시 6-3생활권 일원에 7층, 416가구 규모 모듈러주택을 짓는 것으로 국내 모듈러 주택 중 최대 가구 규모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스마트건설기술 활성화 방안과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 등을 제시하면서 모듈러 주택 확산을 위한 용적률·건폐율 15% 인센티브를 약속한 바 있어 성장세는 더욱 가파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모듈러 사업을 비롯한 탈현장 공법은 국내에 선보인 게 지난 2003년부터이고, 대형 건설사들이 관심을 가진 것도 최근이라 품질관리 기술 개발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건설 현장 근로자가 줄고 인건비 부담도 높아지고 있는 데다 ESG경영이 강조되는 만큼 건설사들도 모듈러 공법의 현장 적용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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