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불' 층간소음 저감 경쟁 나선 건설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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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의 불' 층간소음 저감 경쟁 나선 건설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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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난 18일 층간소음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

[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정부가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 대책을 내놓았다. 살기 좋은 양질의 집을 공급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이 기존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을 위해 노력할 시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당근도 제시했다. 하지만 층간소음 잡기에 대한 현실적 한계론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은 새로 짓는 아파트의 층간소음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6일 윤석열 정부 첫 부동산 대책인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하면서 건설사가 층간소음 차단을 위해 바닥 두께(최소 21cm)를 강화할 경우 용적률 불이익이 없도록 높이 제한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원 장관은 지난 18일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한 임대주택에서 층간소음 관련 간담회를 열고 '공동주택 층간소음 개선 방안'을 추가로 발표했다.

원 장관은 간담회에서 "국민들의 층간소음 고통에 깊이 공감하며, 내 집에서 눈치보지 않고, 발 뻗고 주무실 수 있도록 전방위적 지원과 노력을 통해 층간소음 걱정을 확실히 덜어드릴 것"이라 약속했다.

이번 개선 방안을 통해 정부는 공동주택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0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한다. 또 층간소음 저감을 위해 고성능 바닥구조로 시공하는 건설사에는 분양가에 관련 비용을 추가로 가산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아울러 현재 최소 4등급으로 지정된 층간소음 차단구조 의무등급의 상향 검토와 함께 비용문제 해결을 위한 분양가 가산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기존에 지어진 주택의 경우에는 저소득층(약 1∼3분위)과 유자녀 가구(약 4∼7분위)를 대상으로 전용 84㎡ 기준 300만원 안팎의 소음저감 매트 설치비 기금 무이자·저리 융자 지원을 추진한다.

이같은 정부 발표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거주자가 늘어난 데다 코로나19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민원도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에서 나온 대책이다.

한국환경공단 자료를 분석해 보면, 층간소음 민원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 2019년 2만6200건이던 것이 지난 2020년 4만2200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4만6500건을 기록했다. 이는 곧 이웃 간 갈등을 야기시키면서 잔혹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같은 현상은 현재 공동주택이 통상적으로 '벽식구조'로 지어져 벽을 타고 소음과 진동이 아래층으로 전달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부는 층간소음이 적은 '라멘구조'(기둥과 보 구조)에 대한 층간소음 효과를 실증하고, 효과가 입증되면 라멘구조 확산을 위해 용적률과 높이 제한 등 건축기준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실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바닥을 현재 기준인 210㎜에서 300㎜로 두껍게 해 층간소음을 잡을 수 있다고 해도 그 하중을 감당하기 위해 벽도 함께 두꺼워져야 해 공사비가 더 들 수밖에 없다"며 "분양가에 이 부분이 반영될 수 있을 지도 문제지만 소비자가 올라간 분양가를 감당할 수 있을 지도 문제"라는 현실적 고민을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또 다른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층간소음이 해결되기 어려운 난제로 보고 있는 데다 추후 보완시공 권고를 받을 경우 아파트 전체 골조와 마감재를 재시공해야 하고 추가 비용과 시간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배상으로 마무리하는 수준으로 그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다만 층간소음 문제가 건설업계에서도 최우선 과제로 꼽혀 온 데다 향후 새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인식도 늘고 있다. 이에 대형 건설사들은 층간소음 저감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달 들어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3사는 '층간소음 저감기술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 을 체결했다. 

3사는 내년 말까지 층간소음을 크게 줄이면서도 경제성까지 확보한 최적의 층간소음 저감 솔루션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개발된 기술과 공법 검증을 위해 연구시설과 장비 등 각 사가 보유한 자원을 적극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현장 적용성을 높이기 위해 주택 현장을 공동으로 활용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물산 고요안랩 기술존.
삼성물산 고요안랩 기술존.

삼성물산은 업계 최초로 층간소음연구소를 신설한 바 있다. 지난 5월 국내 최대 규모의 층간소음 전용 연구시설인 '래미안 고요안(安) 랩(LAB)'을 개관하고 층간소음 차단 성능 1등급 인증 등 층간소음 해결을 위한 투자와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층간소음 TFT를 조직하고 하이브리드 강성보강 바닥시스템(안울림, Anwoolim)을 개발해 기존과 동일한 210mm 슬래브에서 중량 2등급, 경량 1등급으로 성능 검증을 마쳤다. 올 하반기 국토교통부 바닥구조 인정을 통해 설계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롯데건설도 층간소음 전담TFT를 신설했다. 이를 통해 신소재 완충재 개발, 소음 저감 천장시스템 개발 등 층간소음 해결을 위한 새로운 시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구조형식과 슬래브 두께를 적용한 주거성능실증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현대건설도 고성능 바닥구조 시스템인 'H 사일런트 홈 시스템Ⅰ'과 층간소음 차단 최고 수준인 1등급 기술을 확보했다. 이달에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마북기술연구원에 층간소음 저감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실증시설을 설치하기도 했다. GS건설은 용인기술연구소 내 친환경건축연구팀을 꾸려 층간소음 문제를 전담하고 있고, 대우건설은 내력 강화 콘크리트와 고탄성 완충재, 강화 모르타르 등 3겹으로 구성된 '스마트 3중 차음구조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바닥을 지탱하는 콘크리트 슬래브에 철근을 추가 시공해 강도를 높이고 모르타르 두께는 기존 40㎜에서 70㎜, 차음재 두께는 30㎜에서 40㎜로 증가시킨 것이다.

층간소음 저감 기술 중 최고 등급인 1등급을 확보한 '디사일런트2 바닥구조'를 개발한 데 이어 경기도 화성에 건설 중인 아파트 현장에 이를 적용하고 성능 검증에 돌입한 DL이앤씨와 중량충격음이 대폭 저감되는 새로운 바닥구조를 개발한 SK에코플랜트의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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