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물러섰지만" 둔촌주공, 사업 정상화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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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물러섰지만" 둔촌주공, 사업 정상화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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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조합과 건설사 간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사상 초유의 공사 중단 사태로 치달았던 둔촌주공 재건축 정비사업이 조합장의 사퇴로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시공을 맡은 시공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3개월째 공사를 중단하면서 강경 입장으로 돌아섰고, 사업비를 빌려준 대주단마저 수천억원대 대출금을 내달까지 갚으라고 통보했다. 둔촌주공 사업이 정상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황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서울 강동구 둔촌1동 일대에 위치한 둔촌주공아파트를 지상 5~10층, 164개동, 5930가구에서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 규모의 '올림픽 파크 포레온'으로 신축하는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일반분양 4786가구를 추가 공급하고 1046가구를 임대하는 계획을 세우면서 서울시의 주택 공급을 일정량 책임진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시공단은 2010년 사업을 수주해 2023년 8월 완공을 목표로 했다. 시공단 지분율은 △현대건설 28% △HDC현대산업개발 25% △대우건설 23.5% △롯데건설 23.5%순이다.

하지만 조합과 시공단 사이에 공사비 증액 등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지난 4월 15일부터 공사가 중단되면서 공정률은 52%에 머물러 사실상 연내 분양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시공단이 공사를 중단한 명분은 지난 2020년 6월 25일 조합과 체결한 공사도급 변경계약 유효성과 공사기간 연장, 일반분양을 통한 사업재원 마련 등에서 협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합은 공사비를 2조6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시공단과 대립을 이어갔다.

하지만 최근 공사 중단 3개월을 맞은 둔촌주공 사태는 변화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건설사와 대립해온 김현철 조합장이 지난 17일 조합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다. 다음날 조합 집행부는 긴급 이사회를 열고 직무대행 체제에 들어가 박석규 재무이사를 조합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현재 조합 내부에서는 현 집행부 임원들을 해임하려는 움직임도 전개되고 있어 추가적인 변화 조짐도 보인다.

아울러 기존 조합 집행부에 반대하며 건설사와 협력해 공사를 조속히 마치고 싶은 조합원들이 '둔촌주공 조합 정상화 위원회'를 구성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조합이 사업비로 빌린 7000억원 대출의 만기가 당장 내달로 닥치면서 이를 갚지 못할 경우 사업 부지와 건물 등 조합 재산이 압류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현대건설을 중심으로 한 시공단이 해당 사업비의 보증을 섰기에 대신 갚고 조합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수순이었다. 하지만 조합과 건설사간 갈등으로 상환 책임이 조합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 조합 집행부와 김 조합장에게 불리한 여론으로 돌아갔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 조합장이 사퇴하고 조합 집행부가 그간 내세웠던 조건들을 철회했다 해도 당장 이번 사태가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김 조합장 이후 조합 집행부가 시공단과 어떻게 교섭할지 아직 구체적인 플랜도 없는 데다 구심점마저도 없어 방황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자칫 빚만 쌓여 조합원들에게 부담만 가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공단도 현재까지의 미청구공사액(공사 진행에도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공사대금)을 전부 회수하겠다는 강경 입장이지만 자칫 공사 자체가 무산되면 떠안아야 할 재무 리스크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시공단장사인 현대건설의 1분기 기준 미청구공사액이 지난해말보다 480억원가량 증가한 3071억원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도 적게는 2500억원에서 3100억원 수준의 미청구공사액이 쌓여 있어 잠재적인 손실과 대손충당금 반영이라는 리스크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시공단에 속한 건설사들의 분기별 미청구공사액이 400억원가량씩 늘어나는 추세라 한시라도 빨리 공사를 재개하는 것이 건설사 입장에서도 바라는 바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둔촌주공 내부의 상가 개발 분쟁도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상가 건물관리업체(PM)인 리츠인홀딩스가 상가대표기구였으나 지난해 12월 조합이 이를 무효로 돌리고 관련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리츠인홀딩스는 상가 건물 2개에 대한 유치권 행사에 들어간 상태다. 시공단은 공사재개를 위해서는 상가 개발 분쟁 합의와 총회 의결까지 마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조합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된 조합 집행부는 공사재개를 위해 둔촌주공 조합 정상화위원회(정상위), 시공사업단, 상가PM사 대표와 각각 일정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지난 26일 조합원들에게 "전날 오후 강동구청 주관으로 정상위, 시공사업단, 상가PM사 대표를 각각 만나 공사재개를 위한 대화를 나눴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정상위는 서울시 발표 협의안을 조합이 다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상가대표단체, PM사와의 계약 원복을 요구하면서 빠른 공사 재개를 위해 조합 이사진의 사임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는 사임서를 정상위가 보유하면서 단계별로 이행을 확인한 후 경우에 따라 사임서를 사용하겠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조합 임원진은 사퇴서를 써서 정상위나 다른 어떤 곳에도 맡길 계획이 없다"며 "책임을 다하고 '자리에 연연해 하지 않겠다'고 조합원에게 말씀드린 내용을 근거로 사퇴서를 내라고 요구하는 일부 조합원 구성원의 요구에는 응하지 않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일을 마무리 짓고 조합원들에게 재신임을 묻거나 사퇴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조합은 시공사업단을 대표해서 나온 현대건설, 대우건설 공무부장과도 면담을 진행했는데, 시공사업단은 서울시가 발표한 합의안 내용을 조합이 그대로 받아들일 것을 요청했다. 조합 내부 문제를 정리한 뒤 조합과 신뢰 관계를 통해 합의에 이르고 공사를 재개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 정리다.

시공사업단은 지난해 7월10일 총회를 통한 상가대표단체 취소 의결과 지난 4월16일 총회를 통한 기 수행업무 추인의 건을 현 조합이 다시 취소하는 총회를 진행해 공사 재개를 진행하는 합의에 이르더라도, 상가위가 이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 들이면 다시 공사를 중단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조합은 상가 PM사인 리치앤홀딩스와 대화를 가졌다. 리치앤홀딩스 측은 상가대표단체 교체와 계약 해지를 취소하는 안건을 빠르게 진행해줄 것을 요구했고, 현재의 통합상가위원회와는 어떠한 협의도 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PM사 측은 조합이 '취소' 총회를 진행할 경우 상가위의 가처분 신청이 예상되나 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받아들일 경우에도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 뒀다는 주장을 펼쳤다.

조합은 서울시 발표 합의안에 대한 조합의 입장과 준비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담은 공문을 빠른 시일 내에 시공사업단에 보내기로 했고, PM사와는 다시 만나 협의를 계속하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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