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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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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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몽 위로 / 김영사 / 1만9800원

[컨슈머타임스 박현정 기자] 종이책과 그림은 도시에 사는 많은 이들이 식물과 동물을 접하는 주된 매체가 됐다. 많은 어린이와 어른들이 도감, 식물 세밀화, 동물 그림책,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생물을 알아가고 있다.

정원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꽃과 식물들이 깔끔하게 관리된 조용하고 인위적인 풍경을 떠올리지만 사실 정원은 우리가 느끼는 것처럼 정적인 공간이 아니다. 식물은 매분 매초 자라나고 그렇게 한순간도 동일하게 존재하지 않는 식물은 인간의 경계를 모르고 영양분과 집을 찾아 나서는 동물들을 불러들인다.

생태 위기의 절박함을 느끼던 저자는 직접 자기 손으로 작은 공간에나마 생태다양성을 회복시켜보겠다고 결심한다. 그러고는 직감만 믿고 별다른 준비 없이 일단 정원이 있는 집으로 이사한다. 이 책은 저자가 이사한 직후부터 정원을 가꿔나가는 과정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땀 흘리는 노동 현장으로서의 정원을 체험하게 한다.

길가에서 발견한 식물들, 버려진 붓꽃과 물옥잠부터 나무나 돌과도 새롭게 관계를 맺어간다. 저자는 돌을 쌓아 작은 동물들이 욕조 연못에 올라갈 계단을 만들기도 하고 공간을 꾸미는 구조물로 놓아두기도 한다. 그렇게 빈틈이 메워져 가는 정원에 수많은 곤충과 동물들이 제 발로 찾아온다.

프랑스에서 출간된 그래픽노블인 이 책은 식물과 동물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정원의 주된 손님이라 할 수 있는 곤충 약 백 종은 저자 특유의 세밀화로 묘사되고 학명까지 기입돼 있어 이 책을 곤충 도감으로 봐도 될 정도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정원에서 이뤄지는 소통이야말로 우리가 진정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임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지난 겨울 한국에서만 78억 마리의 꿀벌이 폐사했다는 뉴스가 나오는 절망스러운 시기에 언제나 우리의 손에 남아 있는 희망 한 움큼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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