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유통가 키워드] 오너 '갑질'부터 사드 후폭풍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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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유통가 키워드] 오너 '갑질'부터 사드 후폭풍까지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12월 30일 12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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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병∙살충제 계란에 '울고' 가성비에 '웃고'
▲ ▲ (왼쪽부터) 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 김성주 전 성주디앤디 회장
▲ (왼쪽부터) 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 김성주 전 성주디앤디 회장
[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탄핵 정국에 유례없는 수능 연기까지. 정유년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유통업계 역시 바람 잘 날 없는 한 해를 보냈다.

국민 간식인 치킨∙피자 프랜차이즈를 보유한 업체의 오너들이 각종 불법행위를 저질러 경영에서 손을 뗐다.

살충제 계란과 햄버거병, 메탄올 물티슈와 발암 생리대 등 화학물질로 인한 위생사고가 연달아 터지면서 소비자들은 불안에 떨었다. 사드 배치에 따른 후폭풍으로 중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명동 거리는 한산해졌고 산업계는 얼어붙었다.

소비 침체로 인한 새로운 트렌드도 여럿 생성됐다. '가성비'와 '가용비'에 이어 '가심비'까지, 다양한 신조어가 탄생했다. 1인 가구는 다양한 홈퍼니싱, 소형가전, 가정간편식 시장을 팽창시켰다.

◆ 회장님이 또…정유년에도 이어진 '갑질' 행렬

기업 오너들의 불법행위를 일컫는 '갑질'은 올해도 여전했다.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은 여직원 성추행, 정우현 MP그룹 회장은 '치즈 통행세' 등 불법 경영 정황이 수면 위로 드러나 옷을 벗었다. 하도급 업체와의 분쟁을 겪은 성주디앤디의 김성주 대표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가맹점에 대한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갑질도 이어져 사회적인 비판을 받았다. 피자에땅 본사는 가맹점주를 사찰하고 가맹점주단체 활동을 방해한 의혹을 받았다. 신선설농탕은 10년 계약 만료를 앞둔 가맹점에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는 갑질이 일어난 업체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가맹점이 타격을 받는데다 관련 조치도 '사후약방문' 식에 그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프랜차이즈협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3개월여간의 협의를 거쳐 '자정실천안'을 만드는 데 합의했다.

◆ 믿고 먹을 게 없어요…'케미포비아'의 역습

살충제 계란과 생리대 유해성 논란, 맥도날드 '햄버거병' 등이 연달아 터지면서 '케미포비아'가 촉발됐다. 화학을 뜻하는 'Chemical'과 혐오라는 뜻의 'Fobia'를 합친 신조어 케미포비아는 화학물질 공포증을 뜻한다.

우선 지난 8월 계란에서는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과 '비페트린'이 검출됐다. 계란값이 폭증하면서 일부 식당에서는 계란이 들어간 요리를 판매하지 않기도 했다. 정부는 이후 TF팀을 꾸리고 세계 최초로 난각코드에 산란일자 기재 의무화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했다.

신체에 직접적으로 닿는 생리대와 팬티라이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민간 조사결과가 나오자 소비자들은 술렁였다. 식약처가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유해물질은 기준치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불신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은 모양새다.

5세 여자 어린이가 맥도날드 해피밀 세트를 먹고 신장 장애가 생겼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일명 '햄버거병'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맥도날드 본사 압수수색 등을 벌이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메탄올 물티슈' 논란도 제기됐다. 유한킴벌리의 하기스∙그린핑거 물티슈 10종에서 메탄올이 허용치 이상 검출된 것.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초과한 메탄올 수치가 인체에 위해를 일으키는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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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와요 왕서방…사드 후폭풍에 산업계 '꽁꽁'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에 심기가 불편해진 중국이 3월 중순 '금한령'을 내리면서 내수는 물론 수출 실적까지 얼어붙었다.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의 한국 관광을 금지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면세점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금한령이 떨어진 직후인 지난 2분기 29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호텔신라 면세점 사업부의 2분기 영업이익은 8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7% 감소했다.

K-뷰티 열풍을 타고 승승장구 하던 국산 화장품 역시 꼬투리가 잡혀 통관이 지연되거나 거절된 사례가 허다했다. 자유한국당 김광림 의원에 따르면 식품∙화장품의 통관 거부 비중은 1월 2%에서 7월 10%로 급증했다.

특히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롯데제과는 3월 미국 '허쉬'와의 합작사인 현지 초콜릿 공장이 생산중단 사태를 겪었다. 롯데칠성음료도 3월 초 중국 측의 보복성 조치로 수출제품 통관이 지연됐다가 수개월 후에 해제됐다.

◆ 1인 가구가 이끈 1코노미 트렌드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일(1)코노미' 마케팅이 확산했다. '혼밥족'의 뒤를 잇는 '혼술족'이 등장, 가정간편식(HMR) 종류도 기존 도시락, 샌드위치 등에서 안주류까지 확대됐다. 대상 청정원과 오뚜기 동원F&B 등 다수 회사들이 안주 전문 브랜드를 론칭했을 정도다.

집에서도 전문점 수준의 커피를 마시길 원하는 '집돌이' '집순이'들은 커피 머신과 고급 차(茶) 티백, 콜드브루 등을 찾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과일은 자취생들이 챙겨먹기 어려운 종류로 여겨졌지만, 최근 마트와 편의점들은 소용량, 소포장의 과일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나만의 공간을 아늑하게 꾸미는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홈퍼니싱 시장도 호황을 맞았다. 이케아는 경기 고양시에 국내 2호점을 오픈했고, 무인양품과 자주(JAJU)를 찾는 소비자도 늘었다. 1인 냉장고, 청소기, 미니오븐 등 소형가전도 인기를 끌었다.

방범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1인 가구를 위해 이동통신사들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탑재한 가전 제품을 출시, 문단속 및 창문 열림 감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SK텔레콤 '스마트홈 열림감지센서'와 KT '기가 IoT 홈 열림감지기', LG유플러스 'IoT 열림알리미' 등이 대표적이다.

◆ 가성비→가용비→가심비, 당신의 픽(PICK)은?

올해도 가격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 트렌드가 이어졌다. 거위털을 충전재로 쓰면서 14만9000원에 판매돼 구매 대란을 일으켰던 '평창롱패딩'이 대표적이다.

가격대비 용량을 일컫는 '가용비'를 따지는 소비자들도 늘었다. 이에 따라 식품 회사들은 200ml가 대부분이었던 캔커피와 컵커피 용량을 350ml까지 업그레이드 하기 시작했다. 카페에서는 일명 '1리터 커피'가 등장하는 등 자이언트 식품이 줄을 이었다.

최근에는 제품을 구매할 때 심리적 만족과 안정감을 추구하는 '가심비'(價心費)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제품이 아닌 '스토리'를 판매하는 업체가 늘어난 이유다. 향수를 자극하는 골목상권 식당이나 카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2018년 외식 트렌드를 이끌어갈 키워드 중 하나로 가심비를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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