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금융절벽](상) 디지털 금융에 눈물 짓는 노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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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금융절벽](상) 디지털 금융에 눈물 짓는 노년층
  • 전은정 기자 eunsjr@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04월 25일 13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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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점 통·폐합…금융 사각지대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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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계에 디지털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모바일·인터넷뱅킹 사용자가 늘면서 은행 및 증권사 영업점은 속속 사라지고 있다. 대다수 금융소비자는 디지털 금융의 편리함을 만끽하고 있다. 하지만 노년층은 이를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다. 기존의 대면업무를 선호하는 노년층에게 디지털 금융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노년층이 접한 디지털 금융의 현실과 이를 해결하려는 금융권의 노력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컨슈머타임스 전은정 기자] 디지털 금융 시대를 맞아 은행들은 앞다퉈 모바일·인터넷 뱅킹을 확대하고 있다. 

효율성을 강화하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중복점포나 수익성이 악화된 영업점을 통·폐합하면서 노년층은 은행 창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은행들이 수익성에만 치중해 공공성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노년층, 스마트폰 있지만 거래는 '미비'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영업 지점은 3년 새 500여개가 사라졌다.

지난해 말 기준 시중은행이 운영하는 영업 지점은 총 7012개다. 2013년 7502개, 2014년 7304개, 2015년 7181개로 꾸준히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의 '2016년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 결과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60대 이상 연령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82%나 되지만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13.7%에 불과했다.

10명 중 8명은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만 1.3명만이 스마트폰으로 은행 업무를 보는 것이다. 비대면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은 대면 업무를 선호했다.

이에 따라 은행업계는 비대면 서비스로 젊은 세대 고객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A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모바일 인구는 전 세대에 걸쳐 있지만 모바일 뱅킹 서비스는 수요가 많은 젊은 층을 타깃으로 경쟁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 은행 "지점 축소 불가피해"

영업점이 급감하면서 노년층은 금융거래의 사각지대에 몰렸지만 은행업계는 지점 축소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 전체 조회서비스에서 모바일 뱅킹을 포함한 인터넷 뱅킹 비율은 80.6%를 기록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지점 창구거래와 자동화기기 등 오프라인 거래는 15.5%에 불과했다.

은행업계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B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가 확산되면서 오프라인 거래의 효용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지점 축소 현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면 채널은 비용이 적게 들고 미래금융을 위한 대비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이탈하는 고객도 막을 수 있다"며 "은행들의 디지털화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년층은 은행의 영업점 축소로 인해 불편함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60대 전업주부인 진 모씨는 "인터넷 거래가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창구거래를 줄인다고 하니 걱정"이라며 "모바일 뱅킹의 경우 화면이 너무 작고 거래를 하려면 공인인증서를 새로 내려 받아야 하는 등 불편함이 많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공공성을 띈 은행이 수익성에만 치중한다고 비판한다. 특히 디지털 금융으로의 급속한 전환은 노년층을 '신금융소외 계층'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노년층은 현금을 선호하고 신용카드나 모바일 결제에는 익숙하지 않은데 이들이 감수해야 할 불편이 너무 커졌다"며 "외환위기 당시 거대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 산업이 공공성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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