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뉴 롯데', 신격호의 '거화취실' DNA 이어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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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뉴 롯데', 신격호의 '거화취실' DNA 이어 받는다
  • 김재훈 선임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04월 03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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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사드 악재 고심 속 '실리' 급선회…황각규 시너지 '주목'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선임기자] 롯데그룹(회장 신동빈)의 미래는 '실리(實利)'였다. 겉으로만 그럴듯 해 보이는 사업 확장과 매출액은 과감히 버렸다.

롯데는 새 출발을 알리는 3일 '구관이 명관'이라는 속담처럼 신격호 총괄회장의 경영철학인 거화취실(去華就實)을 전면에 내세웠다. '질적성장'이라는 수식어로 포장했을 뿐 뿌리는 같았다.

신동빈 회장을 선장으로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사장)이 갑판장을 맡는 '2017 뉴 롯데'는 그렇게 공식 출항했다.

◆ '매출 200조원 달성' 계획 잠시 보류

롯데는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각 사 대표와 국내외 임직원 총 800여 명이 참석했다. 롯데가 그룹 차원의 창립 기념식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위기는 시종일관 가라앉아 있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신동빈 회장의 검찰 소환이 예고되고 있었던 탓이다. 여기에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 측 과의 껄끄러운 관계가 진행중인만큼 마냥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내기 어려운 현실도 작용했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결했다. 외형적 성장이 아닌 내실을 기반하는 '거화취실(去華就實)'이 중심에 있었다. 화려함 대신 내실을 취한다는 뜻이다.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 액자에 걸려있을 정도로 오랜 시간 다져진 롯데의 경영이념이다.

롯데는 그간 국내 기반 내실을 딛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신 회장은 지난 2009년 정책본부장을 맡았던 당시 '2018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달성하고 아시아 톱10 기업이 된다'는 비전을 설정했었다. 바탕은 깔렸다는 식의 자신감이 배경에 있었다.

2017년 현재의 숫자는 이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룹 매출은 2008년 42억5000억원에서 지난해 92조원에 머물렀다. 롯데는 '비약적 성장'이라고 자평했으나 이미 설정했던 본 궤도와는 한참 먼 숫자다.

롯데 관계자는 "국내외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 되고 기술 혁명에 따른 사회 변화가 빠르게 진행된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들이 산재해 기존 계획이 크게 틀어졌다는 의미다.

롯데가 방향타를 실리 쪽으로 급하게 꺾은 배경이다. 자칫 내실과 외형을 모두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서두르던 중국 진출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중국시장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는 실정이다.

황각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사장)은 "현실적으로 (중국 정부가) 어떤 속내인지 파악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사업은 우리 판단으로 여전히 투자단계라고 생각한다"며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사업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력에 의한 분위기 반전을 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최소한 롯데 중국 사업의 경우 불투명한 상황에 내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훗날을 기약하기 위해서는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롯데의 판단이 도출된 이유다.

◆ 신동빈 "투명한 경영구조 갖춰야"

여기에 더해 롯데는 새 경영방침으로 '투명경영', '핵심역량 강화', '가치경영', '현장경영' 등 4가지를 확정했다. 안팎으로 산재해 있는 부정부패 연결고리를 끊어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신동빈 회장은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오늘 우리는 새로운 성장을 위한 전환점에 와 있다"며 "상상력과 유연한 사고를 발휘해 급변하는 사회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상을 뛰어넘는 혁신으로 신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투명한 경영구조를 갖춰 고객과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계 관계자는 "현장경영이란 사무실에 앉아 있는 임원들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직원들과 실시간으로 교류하고 호흡하며 팀워크를 다짐과 동시에 그런 과정을 통해 불필요한 금전적 지출을 줄이라는 일종의 지시"라고 해석했다.

그는 "롯데의 군살빼기는 이제 막 시작 단계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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