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년의 이야기'The Silent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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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소년의 이야기'The Silent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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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어 원서 입니다.

 

오즈월드(Oswald), 혹은 오즈(Oz)라고도 줄여서 부르는 우리의 주인공은 이제 갓 고등학생이 된 소년입니다. 착하고, 예의 바르고, 부모님을 존경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학생이지요. 하지만 그의 삶은 너무나도 비이상적으로 차츰 변모하게 됩니다. 여담이지만 그런 그에게 처음으로 닥친 시련은 사랑하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인데, 덕분에 이 책은 죽은 아버지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모든 챕터가 구성되어 있어요. 'Dear Dad'로 시작해서 'Love, Oz'로 끝나는 셈이죠.

 

어쨌든 오즈는 왜 자신의 삶이 이상하게 바뀌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지 책의 초반부터 하나 둘 편지 안에 털어둡니다. 어머니가 데려온 새로운 남자 친구 돈(Don)은, 성질이 포악하고 간사한 사람이었거든요. 그는 오즈의 어머니 레이첼의 앞에서는 오즈를 귀여워해 주는 척 하지만, 그녀가 없으면 지하실로 그를 데리고 가 레슬링을 가르쳐 준다는 면목으로 오즈를 학대합니다. 그것뿐이겠어요. 오즈가 하지도 않는 싸움을 날조해서 오즈를 문제아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필두로, 그를 외딴 섬에 있는 브라이어우드(briarwood) 학교로 보내버리고 말지요. 오즈는 그곳에서 지옥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오즈는 그 이상하고 무서운 학교의 비밀을 하나 둘 밝혀내게 되고, 친구들과 함께 보트를 고쳐 탈출을 시도하려는 모험을 감행하게 됩니다. 물론 그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발생하는 건 당연지사이지요. 마녀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기분 나쁜 미녀 케니어와의 적대관계라든지, 그녀의 딸 케르맨과의 만남, 그리고 학교 전역에 퍼져 있는 기분 나쁘고 음산한 공기, 거대한 악어들과의 전투, 해골로 변해 버린 시체의 발견, FBI와의 만남 등등. 모든 이야기가 하나 둘 연결 고리를 지으며 엔딩으로 곧게 뻗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고리가 뒤틀리기도 하고 이어지지 않기도 하는 건 모든 모험 소설의 특징이겠지요. 하지만 그 모든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오즈는 배신과 신뢰의 이중성이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깨닫습니다. 그리고 끝에 가면 이야기의 가장 큰 핵심을 이루는 침묵의 방(The Silent Room)을 경험하게 되고, 모든 것을 이겨내며 한층 더 성숙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실 이 책은 성장소설이라고 부르기에는 기이하고 묘한 맛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읽는 내내 떫은 감을 먹는 듯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나마 오즈가 점점 더 어른스러워지고 성숙해지는 것에 당위성이 있다는 게 위로가 되긴 했지만요. 그래도 오즈와 그 친구들이 경험한 모든 악몽을 '모험'이라고 부르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건 '청소년 학대'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니까요. 비록 그 이면에 어두운 구름이 뭉게뭉게 도사리고 있기는 했고, 그걸 파헤치는 게 우리의 주인공 오즈의 역할이었다지만, 작가는 '오즈를 무척이나 힘들게 만들어 주겠다.'라고 작정을 한 듯 그에게 시련과 고통을 선사해줍니다. 악랄하죠. 그건 아무리 결말이 어설픈 해피엔딩이라고 해도 치유받지 못하는 아픔일지도 모릅니다. 믿었던 모든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다는 건 말이죠.

 

책은 쉽게 적혀져 있어서 굳이 사전을 이용하지 않아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적은 소설이기 때문에 선악 구조가 지나치게 또렷하긴 하지만, 그것도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으니까요. 아쉬운 점은 인물 묘사가 조금 적었다는 점. 저는 아직도 오즈가 어떻게 생겼는지 감이 안 옵니다. 머리 색깔, 눈동자 색깔, 체형, 목소리 등등. 하나도 묘사되어 있지 않으니 아쉬울 따름이죠. 기억나는 건 온갖 사악하고 악랄한 어른들의 모습과, 뚱뚱하거나 귀여운 그의 친구들이 전부입니다.

 

소유흑향


* * *


덧 :  오즈의 어머니는 황당할 정도로 나이브하고, 화가 날 정도로 자기 연민에 빠져있습니다. 남편의 죽음으로 상처 입은 건 자신만이 아닐 텐데요.

 

덧2 : 이 책은 뉴욕여행 가서 사온 책 중 하나랍니다. 비행기 안에서 반쯤 읽었는데 오싹오싹 소름 끼칠 때가 많았어요.  

 

출처: 소유흑향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dnjsgl3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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