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식약처 '직무태만-소극행정' 내부 혁신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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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식약처 '직무태만-소극행정' 내부 혁신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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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황유미 인턴기자] 디카페인 커피 제조공법과 관련한 정부의 규정을 확인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대변인실에 전화를 걸었다. 담당 주무관 P씨와 연결됐다.

스타벅스, 커피빈 등 시중 커피 업체들이 확인해 준 대략적인 시장 상황에 대한 '최종 검토' 차원이었다. P씨에게도 이를 차근차근 밝혔음은 물론이다.

P씨의 응대는 예상을 빗나갔다.

흡사 알아보기 귀찮다는 투로 "어떤 규정을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더 자세하게 알아오라"고 냉대 했다. 전화상으로 이해가 어려울 수 있었겠다 싶은 부분을 재차 점검한 뒤 전화기를 다시 집어 들었다.

이후 유선전화와 휴대전화를 통해 수 차례 P씨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닿질 않았다. 시간이 크게 지연됐던 터라 어쩔 수 없이 다음날 오전 다시 통화를 시도했지만 P씨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문제는 직후 불거졌다.

식약처 식품 대응 총괄 책임 담당자에게 전화를 하자 "식약처 P 입니다"라는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던 것. 본인 자리에 있던 전화는 받지 않았던 P씨가 총괄 책임자 전화를 당겨 받은 것이다.

기자의 물음에 P씨는 "내 전화는 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그날 오후부터 P씨는 자신의 자리에서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석연치 않은 구석이 감지된다.

전화기 고장이 원인일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식품과 관련한 국민들의 궁금증 해소의 중심인 식약처 대변인실이 사전 대응을 했어야 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식약처의 부실 대응 논란은 대변인실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2014년 중국산 닭꼬치 사건에서 식약처는 자기위주의 주장만 하는 닭꼬치 업체에 대해 소극적이고 애매한 해명을 내놨다. 지난해 백수오 파동 때는 원료의 DNA가 파괴돼 성분검사를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었다.

국민들의 혈세로 주어진 권리는 챙기면서 책임은 회피하는 공무원들의 모습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는 비난에서 식약처가 자유롭기 어렵다.

국민 1명이 1년에 341잔의 커피를 소비하는 시대다. 과도한 카페인 섭취를 주의해야 할 때다.

소비자 건강을 책임지는 식약처가 적극적으로 디카페인 커피 가공법에 대해서 연구해야 할 때란 의미다.

올해 4월 진행되는 9급 공무원 채용 시험에 22만명이 응시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약 100대 1의 경쟁률이다.

이런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이렇게 '공무원'이라는 직종을 바라보는 이유는 정년이 보장되고 사회 속에서 그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권리에는 필연적으로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것이다. 특히 공무원의 권리는 국민의 세금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그 책임은 더욱 무겁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6일 직무태만 등의 소극행정을 일삼은 공무원을 처리할 수 있는 법안을 입법 예고했다.

김승희 식약처장은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책임지는 일을 임무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알권리와 국민 건강증진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일부 식약처 공무원들의 모습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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