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권 女임원 단 1명…'유리천장' 벽돌보다 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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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은행권 女임원 단 1명…'유리천장' 벽돌보다 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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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조선혜 기자] "요즘 입사하는 행원 중에는 여성도 많아요. 남녀비율이 한…6대 4 정도?"

여성임원은 물론이고, 임원 직전 직급에서도 여성인력이 전무하다는 내용으로 한 은행을 취재할 당시 은행 측이 내놓은 해명이다.

'그 많은 여성 행원들은 다 어디로 갔나'에 대한 답변으론 적합하지 못했다. 30여 년 후의 가느다란 희망만이 보일 뿐이었다.

3월 현재 국민·신한·KEB하나·우리·농협 등 국내 5대 은행 가운데 여성임원은 달랑 '1명'이다. 국민은행 여신담당 부행장 1명뿐이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은행권에선 국민 4명, 우리 3명, 신한 1명, 하나 1명 등 적지 않은 여성임원들이 활동했었다. 반년도 지나지 않아 8명의 임원이 바람처럼 떠나갔다.

그 자리를 남성이 다시 채웠다. 여성 후임은 없었다.

'임원'에 대한 정의가 은행마다 제각각 이긴 했지만 대략 부행장급 이상을 임원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이 기준으론 지난 2006년 국민은행 신대옥 부행장이 국내 은행권 첫 여성임원으로 신호탄을 올렸다.

본격적으로 국내 은행에 여성 임원들이 등장하게 된 건 2013년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과 맞물린다. 은행들은 마치 경쟁하듯 여성임원들을 쏟아냈다. 이른바 '유리천장'도 깨지는 듯 했다.

부행장 임기는 통상 2년이다. 1년 정도 연장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지난해 말이 '물갈이' 시점이었던 셈이다.

올해 초 은행들은 기다렸다는 듯, 이 자리를 남성들로 메웠다. 소위 말하는 '박근혜 효과'의 단물이 빠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은행원들 사이에선 이런 말도 나온다. 여성은 원래 승진이 늦다. 앞으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야 하는데 계속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국내 대다수 직장인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 고민일 것이다. 다만 은행에 근무하는 여성 인력의 비율이 타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의문을 가져볼 만하다.

승진하기 힘든, 아이를 낳고 온전히 근무하기 힘든 환경이라는 점을 미뤄 짐작해볼 수 있다.

최근 은행 영업점에 방문할 일이 있었다. 창구에 가니 적어도 과·차장급 정도 됨직한 행원이 앉아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른바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이었다. 의욕적으로 꼼꼼히 업무를 처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는 경단녀를 볼 일이 줄었으면 좋겠다.

부장, 본부장, 부행장, 은행장, 회장까지 단절 없이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여성 은행원들을 흔히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최초' 타이틀만 남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길 바란다.

'슈퍼우먼 워킹맘' 개인에게 떠 맡기는 건 어불성설이다. 

초석을 다졌으니,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은 정부와 은행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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