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ISA '산 넘어 산'…고가 경품 '낚시' 전락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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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ISA '산 넘어 산'…고가 경품 '낚시' 전락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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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승용차' '골드바' '해외여행권' '세탁기' '아이패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시행을 앞두고 금융회사들이 예약 고객을 대상으로 기획한 경품이벤트에 약속된 물품들이다.

작년만 해도 취업준비생들의 스크랩북 한 켠을 장식하는 수준이었던 ISA가 전국민의 관심거리로 부상했다. 시행 20여일을 앞두고 일단 시선몰이엔 성공한 모습이다.

특히 시중은행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최대 수천만원 규모의 경품이벤트가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ISA'를 입력하자마자 'ISA 경품' 'ISA 이벤트' 등의 키워드가 자동 완성되기에 이르렀다.

ISA란 은행과 증권사 등 여러 금융업권의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계좌다. 계좌 1개에 예금, 적금, 펀드, 리츠(부동산투자신탁), 파생결합증권(DLS) 등 다양한 상품을 편입할 수 있다. 잘 굴리면 세제 혜택도 쏠쏠하다. 단 반대의 경우 원금을 까먹을 수도 있는 투자상품이다.

당국은 이자도 거의 안 주는 통장에 여윳돈을 묵어두지 말고 투자를 하라고 직접 독려하고 나서면서 ISA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은행에도 일임형 ISA 판매를 허용했다. 가입 편의성을 높이고 업권 간 공정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본업이 투자가 아니기에 투자상품 판매 인력도, 고수익 창출에 대한 신뢰도도 증권사 대비 턱없이 떨어지는 은행들은 증권사보다 풍족한 '실탄'을 앞세웠다.

N은행은 골드바, 여행상품권, 문화상품권 등을, W은행은 하와이 여행상품권 등을 경품으로 내놨다. S은행은 아반떼 승용차, LG 트롬 스타일러, LG 로봇 청소기 등을 제시했다.

열풍은 지방은행으로까지 번져나갔다. 단순 홍보성 행사로 보기 곤란할 정도로 과열됐다

금융위는 금융권에 대해 ISA의 세부구조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경품을 앞세워 투자자들의 시야를 흐렸다며 일침을 놨다. 직접적으로 "방향을 잘 못 잡았다"고 꼬집었다.

이미 제 살 깎아먹는 식의 '실탄 경쟁'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인지, 한바탕 혼나고 정신이 든 것인지 즉각 은행업계와 금융투자업계는 자율적으로 '마케팅 지침' 마련에 돌입했다.

비싼 경품을 자제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이벤트 경품도 취소할 공산이 크다.

불완전판매 우려와 졸속 추진 논란에 과당 경쟁 비판이라니. 최근 ISA를 둘러싼 일련의 쟁점들은 '만능통장'이라는 별명에 걸맞지 않다. 사전예약은 고사하고 정식 판매를 시작해도 냉담한 반응만 돌아올 지경이다.

제도 보완은 물론 당장 경품을 기대하고 사전예약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실망감 수습까지, 시행예정일까지 20일도 안 남았지만 과제가 산적해 있다. 어떠한 해법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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