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좋은 기업 발목 잡는 '오너리스크' 관용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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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좋은 기업 발목 잡는 '오너리스크' 관용 없어야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5년 10월 12일 0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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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폭력배를 고용해 항명하는 부하직원을 폭행한다. 마약에 취해 외제차를 몰고 도심 한복판을 질주한다. 폭력조직 소개로 마카오와 필리핀을 오가며 불법 도박을 벌인다. 

범죄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위 장면들은 모두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 오너들의 남다른 '취미생활'의 일부다. 스케일도 비범(?)하다.

폭력배 고용에 3억원, 약에 취해 운전한 외제차 가격은 4억원, 도박 금액은 100억원…. 서민들이 평생 구경도 하기 힘든 액수가 이들의 분탕질 한번에 우습게 버려진다.

이윤재 피죤 회장의 '청부폭행'은 한때 토종 중소기업의 성공신화를 썼던 피죤을 한 순간에 거꾸러뜨렸다. 그는 3억원을 주고 폭력배를 고용, 자신이 해고한 전직 사장을 폭행했다. 회장 구속 이후 소비자들로부터 제품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막장경영'이라는 꼬리표는 지금껏 피죤을 따라 다닌다.

근래 오너리스크의 직격탄을 제대로 맞은 곳은 또 있다. 대한항공이다.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회항'은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가진 자에 대한 광범위한 분노와 조소를 불러왔다. '대한'이라는 이름을 박탈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아기물티슈업체 '몽드드' 유정환 대표는 4억원대 벤틀리 컨티넨탈 승용차를 몰고 서울 시내에서 광란의 질주를 벌이다 추돌 사고를 냈다. 사고 직후 벤틀리 승용차를 버리고 남의 승용차를 훔쳐 타고 도망가던 중 추가로 사고를 낸 뒤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심지어 그는 사고 피해 차량 여성운전자를 폭행하고 검거 과정에서 옷을 벗으며 난동을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맨 정신이었을 리 없다. 조사과정에서 마약복용 사실이 드러났다.

몽드드를 믿고 아꼈던 엄마 소비자들의 배신감이야 두말하면 입 아프다.

연내 상장을 준비하던 네이처리퍼블릭도 발목이 잡혔다. 풍문처럼 돌았던 정운호 대표의 도박설은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범서방파' 계열 폭력조직의 소개로 2012년부터 마카오·필리핀 등의 불법 도박장에서 100억원대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운호 대표는 도박 관련 범행 일체를 자백하는 자술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상장은 당분간 물 건너갔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들은 응당 죄에 대한 법적 처벌과 사회적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지은 죄에 대한 몫이니 억울할 것도 없다. 문제는 애꿎은 직원들이다.

오너의 잘못에 생계까지 위협받는다. 사세가 위축되고 대내외 분위기가 뒤숭숭하니 지은 죄도 없이 죄인이 된다. 회사로 쏟아지는 따가운 눈초리는 온전히 직원들 차지다.

특히 대언론(對言論) 업무를 맡은 직원들은 퇴근도 주말도 반납한 채 오너일가 명예 보호에 총동원되는 촌극이 빚어진다. 

'어지르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라더니 딱 그 꼴이다. '오너가 곧 회사'인 기형적인 재벌 위주 경제 구조에서 오는 부작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직원들은 마치 재벌가 개인 집사처럼 '윗분'들의 명예와 이미지를 성난 소비자들로부터 보호하는데 역량을 소진한다. 

회사를 세운 건 오너다. 그러나 회사의 '현재'는 직원들의 하루하루 성실하고 신성한 노동이 모인 결과다. 오너 개인의 도덕적 일탈은 직원들의 값진 노동에 대한 배신이다. 

문제는 이런 '전과자' 오너들 대부분이 시간이 지나 여론이 잠잠해지면 슬그머니 경영일선에 복귀한다는 점이다. 

피죤 이윤재 회장은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을 조건으로 선처를 호소했으나 가석방 이후 경영에 복귀했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은 '땅콩회항' 여파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조현아 부사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을 시사해 빈축을 샀다.

소비자 잘못도 크다. 사건은 쉽게 잊히고 끈질긴 불매운동과 같은 단결력은 약하다. 도덕적 흠결이 큰 경영자가 다시 한 기업을 대표하는 자리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결코 관대해지지 말아야 한다.

일반적인 범죄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대개 아주 오랫동안 싸늘하다. 그들이 죄의 대가를 치른 후라도 말이다. 범죄자 오너의 다음 행보를 지켜 보는 소비자 시선도 못지 않게 오래도록 매서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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