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통큰 베팅' 배경?… 정주영 '밥상머리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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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통큰 베팅' 배경?… 정주영 '밥상머리 교육'
  • 여헌우 기자 yes@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9월 21일 11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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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여헌우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한전부지에 대한 '통큰 베팅'의 배경에는 아버지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으로부터 내려온 가부장적 전통이 적잖이 작용했다.

정 회장이 이번 입찰에서 10조5500억원의 과감한 베팅을 지시했던 것은 그룹 직원들간에 모두 '한 식구'라는 강한 유대감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21일 "이번 한전부지 인수를 통해 30여개 주요 계열사를 1곳으로 모을 수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를 건설해야 한다는 최고경영층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전부지 인수는 단순 수익 창출이 목적이 아니라 30여개 그룹사가 입주해 영구적으로 사용될 통합 사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의 이런 통합사옥 의지는 아버지인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와도 다름없다.

정 명예회장은 생전에 매일 새벽 5시에 분가한 자식들을 청운동 자택으로 모두 집합시켜 '밥상머리 교육'을 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매일 가족이 함께 모임으로써 가풍을 전달하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시간으로 삼았다.

또 생전에 현장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밥을 먹고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씨름, 배구 등을 즐겼던 '왕 회장'은 1983년 계동 사옥을 지으며 직원들을 모았다.

정 회장도 그룹 계열사 전직원을 모두 1곳에 모음으로써 과거 본인이 전수받았던 '식구 경영'을 직원들에게 전파하려는 의도로 판단된다.

9월 현재 서울시 소재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30개사이고 소속 임직원은 1만8000명에 달하지만 양재사옥 입주사는 4개사에 불과하고 근무인원도 5000명 안팎에 그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아버지로부터 배운 정 회장의 가부장적 직원 사랑이 이번 한전부지 인수에 은연중 발휘됐을 것"이라며 "정주영 회장의 계동사옥 시대에서 더 나아가 자신만의 삼성동 시대를 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명예회장이 산업 근대화의 기수로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했다는 자부심도 정 회장이 다소 과도하게 보이는 입찰가를 정하는데 한 몫 했다.

정 회장은 "사기업이나 외국기업이 아니라 정부로부터 사는 것이어서 가격을 결정하는데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고 말했다.

이런 정 회장의 의지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입찰 보증금으로 1조원에서 1원 빠진 9999억9999만9999원을 냈다. 자신의 이름에 있는 '구(九)'를 12개나 연이어 써냄으로써 한전부지 인수가 자신의 뜻임을 내비친 것이다.

보증금은 입찰가의 5% 이상만 내면 되지만 현대차그룹은 이런 의지를 반영하듯 입찰가 10조5500억원의 9.5%에 이르는 돈을 보증금으로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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