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제약회사 – 어떻게 의사를 속이고 환자에게 해를 입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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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제약회사 – 어떻게 의사를 속이고 환자에게 해를 입히는가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5월 08일 00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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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골드에이커 / 권민·안형식 역 / 출판사 공존 / 519쪽 / 2만2000원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제약회사와 의사는 유착관계가 의심될 정도로 가까울 것 같다. 약에 관한 모든 정보를 공유할 것 같다는 게 일반적인 추측이다. 

하지만 저자는 단호히 'No'라고 말한다.

의사나 환자는 약의 진짜 효능이나 부작용에 관해 전혀 알 수가 없다. 제약회사는 약에 유리한 결과만 발표하고 불리한 결과는 은폐한 채 의사나 환자, 규제 당국에 이를 알리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의사가 처방 결정을 내릴 때 이용하는 의학적 근거가 의도적으로 왜곡돼 있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세계 각국의 정부들은 2009년부터 타미플루(Tamiflu)라는 독감 약을 구입·비축하는 데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을 지출해왔다. 하지만 제조사인 로슈는 타미플루의 임상연구보고서를 공개하라는 요구를 꾸준히 묵살하고 있다.

당시 연구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타미플루 임상시험은 효능이 부풀려질 만한 특정 독감 환자들에게 실시됐으며 국가별 보건 당국에서 발표한 효능이 제각각이었다.

심각한 신경정신과적 유해반응(부작용)도 500건 넘게 보고됐다.

로슈는 임상연구보고서 전체를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저자 벤 골드에이커(Ben Goldacre)는 영국의 신경정신과 전문의 겸 유행병학자다. 그는 제약회사의 임상시험 조작이나 과대과장 마케팅, 의료계와의 뒷거래와 같은 일반적 의약 비판서들과는 다른 길을 택했다.

처음으로 거대 제약회사들의 연구 자료 은폐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친 것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객원기자로도 활동한 그는 이 문제를 탐사 보도 형식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자신이 조사한 제약회사, 임상연구자, 의사, 병원, 대학교, 언론, 학자, 대필가, 그리고 약품까지 실명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의학계를 위시한 전 세계가 발칵 뒤집어졌지만 누구 하나 그에게 명예훼손 소송이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지 못했다. 근거가 너무나 구체적인 데다 명백한 사실에 기초했기 때문.

오히려 의약계를 더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캠페인이 일어날 정도였다.

이 책에는 전 세계에서 베스트셀러로 손꼽히는 주요 의약품들의 사례가 수없이 등장한다. 저자의 조사 결과나 주장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예들로 가득하다. 

의학에 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게 풀어쓴 평이한 문장, 저자 특유의 유머 감각과 비판적 어조가 녹아 있어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책의 내용을 다룬 저자의 TED 강연도 온라인으로 만나볼 수 있다. 

불량 제약회사 / 벤 골드에이커 / 권민·안형식 역 / 출판사 공존 / 519쪽 /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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