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사회 ― 현대사회의 감정에 관한 철학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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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사회 ― 현대사회의 감정에 관한 철학에세이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4월 17일 0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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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 도서출판 이경/ 200쪽 / 1만1000원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분노를 다스리지 못해 연고도 없는 불특정 대다수를 상대로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쉼없이 낙오자를 생산해내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주체성을 잃은 개인에게 분노는 손쉽고도 강력한 무기다. 

'분노조절장애'는 더 이상 희귀한 질병이 아니며 우리 모두 격렬한 분노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이 책은 '분노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에서 시작해 분노사회로서의 한국사회를 철저히 분석, 개인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분노와 관념의 관계, 집단주의의 병폐에 빠진 한국사회, 퇴행한 개인이 만들어내는 증오 현상, 타자의 잣대에서 발생하는 수치심과 열등감 등 분노와 관련된 민감한 주제를 첨예하게 다루고 있다.

원래 분노란 생존과 자기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감정이었지만 현대인은 더 이상 생존과는 거의 관련 없는 방식으로 분노를 생산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자신이 가진 관념이 현실과 어긋날 때 혹은 자기 내부에서 관념이 이미 어긋나있을 때 분노가 발생한다는 것. 이러한 불일치는 인간에게 '부적절감'을 만들어내며 이 어긋남과 부적절감이야말로 분노의 원천이 된다. 

저자는 분노를 촉발시키는 한국 사회의 가장 문제적인 관념으로 '집단주의'를 꼽는다.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집단주의는 우리 사회의 갈등과 병폐, 분노를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며 이에 대항해 출현한 개인주의도 역시 많은 경우 자기 폐쇄적으로 퇴행, 새로운 증오 현상을 나타낸다고 보고 있다.  

분노의 실체를 정의하고 그 대안을 찾기 위해 니체의 '선악의 저편'과 '도덕의 계보', 에릭 호퍼의 '맹신자들', 찰스 테일러의 '불안한 현대 사회', 에리히 프롬의 '반항과 자유'등 쟁쟁한 학자들이 제시한 분노와 개인, 사회의 개념을 분석하고 있다.

이에 더해 한국 사회와 현대인의 삶에 관한 시사성을 처음부터 꾸준히 끌고 가는 노련함을 보여준다.

또 구조와 제도의 불합리성을 인정하면서도 자기 삶과 사회에 대한 개개인의 책임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개인의 책임의식을 출발점으로 삼지 않으면 모든 담론은 허구에 불과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집단주의와 퇴행적 개인주의 사이에서 압사당하고 있다고 느낄 때, 내 안의 분노의 실체와 직면하게 해주는 책이다.

분노사회 / 정지우 / 도서출판 이경/ 200쪽 / 1만1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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