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금리 인하 소비자 피해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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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금리 인하 소비자 피해 '부메랑'(?)
  • 김일권 기자 ilkwon@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4월 02일 0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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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銀 주택담보대출↓ '신호탄' 업계 확산…"손해 만회할 것"
   
▲ 은행 직원들이 대출상품에 대해 고객과 상담하고 있다.(자료사진)

[컨슈머타임스 김일권 기자] 우리·농협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이 작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대출금리를 낮춰 소비자 끌어 모으기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장기적 관점의 소비자 피해가능성이 제기돼 주목된다.

의도된 일시적 몸집불리기가 종료된 이후 손실보전차원의 금리 인상이 암암리에 확대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 금리는 낮추는 대신 대출잔액 늘리는 '박리다매'

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만기 10년이상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지난 3월 말 현재 3.74%다.

이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통틀어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그나마 2개월 전보다 0.17%포인트 오른 것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2개월간 이 금리는 3.57%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4대 은행 가운데 동일한 조건의 대출금리가 3.6% 이하로 떨어진 곳은 없었다. 가장 낮았던 것은 1월에 신한은행이 기록한 3.68%였다. 이 기간 하나은행은 3.9%대를 유지했다.

우리은행이 대출금리를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대출잔액은 반대로 증가했다.

우리은행의 2012년 12월말 개인대출잔액은 65조9000억원이었지만 올해 2월말에는 71조2000억원으로 1년여 만에 8% 증가했다.

우리은행의 대출금리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부터다.

지난해 9월과 10월까지만 해도 각각 3.96%, 3.88%로 4%에 육박하는 수준을 유지했지만 11월 들어 갑작스럽게 전월비 0.24%포인트 급락하며 3.64%로 뚝 떨어졌다. 1개월 후 추가로 하락하며 3.5%대를 기록했다.

이후 3%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던 타은행 대출금리 가운데 일부가 인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농협은행이 지난해 9월 3.9%였던 동일한 조건의 대출금리를 3개월간 0.31%포인트 급격히 낮추며 12월에는 3.59%까지 끌어내려 우리은행의 뒤를 잇는 행보를 보였다.

하나은행도 올 들어 뒤늦게 금리 인하 흐름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과도한 하락 때문인지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의 대출금리가 지난 2월과 3월에 2개월 연속으로 반등한 반면 하나은행은 지난 1월 3.9%에 육박했던 금리를 2개월만에 0.4%포인트 내리며 3.5%까지 낮췄다.

은행권의 이같은 움직임에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은행들 실적이 전년비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가운데 우리은행의 대출금리 인하가 다른 은행들로 번질 경우 실적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을 집계한 결과 2012년 말 8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4조원으로 1년만에 반토막이 났다.

◆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도 손해"

업계 관계자는 "은행 수익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고 코픽스 등 대출에 기준이 되는 금리들도 하락 추세"라며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는 것은 결국 제살 깎아먹기식 마케팅밖에는 안 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는 손해라는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모으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대출금리 인하로 일부 소비자들이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은행 실적이 악화되면 결국 은행들은 예금금리는 낮추고 대출금리를 다시 높여 그 동안의 손해를 소비자들로부터 만회하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부 은행들의 대출금리가 떨어졌지만 아직 전체를 놓고 봤을때는 추세적으로 하락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금리 인하 흐름이 다른 은행들로 번진다면 향후 소비자 피해로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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