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착한' 택배 가리는 '불량' 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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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착한' 택배 가리는 '불량' 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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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정미라 기자] "친절하려 노력해도, 고객에 이미 쌓인 불신을 회복하기란 쉽지 않아요."  택배기사 A씨가 한숨을 짓는다.

몇몇 기사들의 불성실한 태도로 생긴 소비자 불만이, 성실히 근무하고 있는 다수 배달원에게로 되돌아와 고충이 심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말, 연시, 명절을 앞두고 배달 물량이 급증하는 이른바 '택배 전쟁'이 시작됐다.

일부 기사들의 불량한 행동으로, 불신의 날을 세우고 있는 소비자들을 마주해야 하는 '착한' 택배기사들의 곤혹스러움이 가중되는 시점이다.

'기사들은 불성실해'라는 이미 생긴 편견을 깨트리기란 쉽지 않다.

27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택배 관련 피해 상담 건수는 1만5100건으로 지난해 1만662건에 비해 4438건 증가했다.

상담 유형은 크게 택배기사들로 인한 물건파손, 분실, 서비스불만 등으로 나타났다.

언젠가 나도 당할 것 같은 불안감은 택배업계 전반에 대한 끝없는 불신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B씨는 "연말을 맞아 지인에게 선물 받은 고급 와인이 깨진 채 배송됐다"며 "택배기사에 자초지종을 물었지만, 되려 '깨지는 물건을 왜 택배로 주고 받냐'고 화를 냈다"고 황당한 심정을 털어놨다.

와인 사건 이후 B씨는 택배서비스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배송 소식만 들어도 걱정이 앞선다며, 제대로 된 사과는 고사하고 얼굴 붉히는 대화만이 오고 갔다고 주장했다.

소수 기사들의 거친 태도가 택배업계 전반의 서비스 품질 불만으로 이어지는 만큼, 악순환을 끊기 위한 업체 차원의 적극적인 개선 프로그램 시행과 직원 평가 강화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다수 택배기사들이 물품을 배송하기 위해 하루 12시간 이상을 계단을 오르 내리며 성실히 일하고 있다. 

그들의 값진 노력을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불량' 기사들의 자발적인 행동개선 없이는 소비자들의 오해와 편견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 만들고 지켜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단순히 물품을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기쁨과 고마운 마음을 전해주는 택배 일의 가치는 어떤 일과 견줘도 떨어지지 않는다. 누군가의 거친 말 한마디, 행동 하나로 택배기사 전체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자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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