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워지는 건설사 체크리스트…강남권 수주전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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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워지는 건설사 체크리스트…강남권 수주전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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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서울 강남권 일대 정비사업장의 수주전이 사실상 실종된 상태다. 건축비 상승에 따른 마진율 하락 등으로 건설사들이 시공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서다.

과거 강남권 정비사업이 '불패'로 불리며 건설사들이 군침을 흘렸다면, 이제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심정으로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수주입찰 전 체크리스트를 늘리면서 조합측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 1·2·3차는 재건축 사업을 위한 두 번째 시공사 선정에서 GS건설이 단독으로 응찰해 또다시 유찰됐다.

해당 단지는 약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메머드급 정비사업지'로 주목받아왔다. 당초 다수 건설사들이 입찰에 관심을 보이는 듯 했으나, GS건설만이 두차례 응찰하면서 사실상 '무혈입성'을 눈앞에 둔 상황이다.

강남권의 또 다른 '대어'로 꼽히는 강남구 개포주공6·7단지도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 3월 1차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 이어 최근 이어진 2차 입찰에도 현대건설만 단독으로 참석하면서 수의계약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이 단지는 당초 개포동 주공아파트 재건축 마지막 단지로 건설사들의 높은 관심이 예상됐다. 특히 업계 1·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맞대결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던 바 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대건설만 유일하게 응찰하면서 수의계약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이 단지 역시 예상 공사비 1조5319억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지다.

이처럼 강남권 시공사 선정을 위한 수주전이 사라진 이유는 공사원가 상승에 따른 건설경기 부진이 장기화된 영향이 가장 크다.

과거 강남권 정비사업장은 '흥행 보증 수표'라고 불리며 건설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누릴 당시에는 분양만 하면 완판이 기대되는 지역으로 불리면서 건설사들 입장에선 시공권에 욕심이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친 건설경기 침체와 더불어 건설자재와 인건비 상승 등에 따른 마진율 축소는 건설사들의 영업활동을 위축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1분기 건설사들의 실적을 살펴보면 평균 원가율이 9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80%가 안정적인 원가율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90%를 훨씬 상회하는 원가율로 건설사들의 이익이 대폭 축소된 셈이다.

집을 짓더라도 남는 것이 없는 데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경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홍보비용까지 감안하면 건설사들의 입장에선 수주전 자체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홍보비용을 들여 시공권을 획득하는 경우에는 그나마 낫지만, 수주전에 패할 경우 모든 비용은 고스란히 손실로 반영되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알아서 경쟁을 피하는 분위기다.

실제 올해 시공사 선정이 이뤄진 정비사업장을 살펴보면 1월 펼쳐진 용산구 한남 4구역과 2월 경기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등 두 곳 정도만 경쟁입찰을 통한 시공사 선정이 이뤄졌다. 현재 진행 중인 용산 정비창 전면1구역과 앞으로 있을 강남구 압구정 2구역, 영등포구 여의도 대교 정도가 향후 경쟁입찰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단지로 꼽힌다.

이처럼 건설사들의 경쟁입찰이 사라지면서 정비사업 조합 측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건설사들의 경쟁이 이뤄져야 조합 측에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조건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는데,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기대보다 다소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경쟁입찰 기피현상이 당분간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서울 시내 대다수 사업장들의 유찰행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한강변 최대어로 꼽히는 압구정, 여의도 등을 제외하면 아무리 강남권이어도 건설사들이 경쟁을 피하는 눈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와 같이 치열한 수주전은 원가율 상승으로 인해 이제는 옛말이 됐다"며 "건설사들이 수주전에 접근하는 방식이 더욱더 보수적으로 달라지면서 당분간 시공사 선정을 위한 수주전은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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