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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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
  • 민경갑 기자 mingg@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1월 21일 01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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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 박차고 '배달앱' 개발…"인간의 삶 풍족하게 만들어야"
   
 

[컨슈머타임스 민경갑 기자]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주문한 음식을 기다린다. 1시간이 다 돼가지만 배달원은 감감무소식. 참다못해 음식점에 다시 전화를 걸어보지만 돌아오는 답은 매번 똑같다.

"지금 막 출발했어요." 

'부탁해'는 배달이 불가능한 상점과 지역 배달업자를 연결해 실시간으로 음식, 생필품 등을 소비자들에게 전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다. 담당 배달원의 위치와 연락처까지 소비자가 알 수 있다. 

이 앱을 선보인 메쉬코리아의 유정범 대표는 33세의 젊은 사업가다.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딜로이트 컨설팅 뉴욕지사에서 근무하던 그가 돌연 이커머스 사업에 도전했다.

◆ "IT기술, 인간관계 단절에 일조" 

Q. 하루가 멀게 다양한 앱이 쏟아져 나온다. 그 중 '배달'이란 콘셉트에 주목했다.

== IT기술이 넓은 영역에 걸쳐 발달해있지만 아직까지 미흡한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헬스케어, 교육, 유통분야입니다. 포화상태인 시장에 뛰어들기보단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게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죠. 같은 이유로 전세계 개발자들이 이 분야들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기술이란 인간의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 데 가치가 있다 생각합니다. 최근 IT기술은 인간관계를 단절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가족과 유대감을 쌓거나 공부 같은 자기발전에 시간을 투자하는 게 훨씬 의미 있는데 말이죠.

'IT기술이 빼앗은 시간을 소비자에게 돌려주자'가 메쉬코리아의 초기 목표였습니다. 그러다 배달업계의 자동화 시스템이 취약한 것을 발견한 거죠. 간단히 말해 '부탁해'는 시간과 거리를 줄여주는 소프트웨어입니다.

Q. 해외파 직원들이 많은데 창업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던가.

== 대부분이 유학시절 인맥입니다. 새로운 이커머스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통하자 야후, 오라클 등을 박차고 나오더라구요. 저를 포함한 직원들은 유학시절 국가에서 주는 장학금 혜택을 받았습니다. 받은 만큼 사회에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들을 평소 많이 해왔습니다. 직원 29명 중 15명이 연구개발(R&D) 인력입니다. 덕분에 남 부럽지 않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또 배달원 등 현장에서 나오는 불만이나 아이디어를 빠른 시간 내에 반영하는 것도 가능하죠.

   
 

Q. '부탁해' 전에도 배달 앱은 이미 나와 있었다.

== 메쉬코리아를 배달 앱 서비스 전문 업체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는 소프트웨어 개발사입니다. 유통 프로그램 구축의 첫 걸음으로 '부탁해'를 선보인 거죠. 저희가 개발한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소비자·판매자·배달원이 구성하고 있는 유통망을 실시간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온라인으로 제품이 거래되는 까닭에 재고가 바닥난 제품의 주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판매자는 자사에서 공급받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소비자의 '부탁해' 주문페이지에 품절 여부를 반영할 수 있습니다.

향후 날씨라는 변수를 '부탁해'에 도입할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눈이 오는 날 소비자 주문은 급증하는 반면 배달기사들은 춥고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나서길 꺼리죠. 수요와 공급 비율에 변동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 때 일시적으로 배달가격을 올리면 양쪽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입니다.

Q. 배달원 임금 문제나 안전사고 관리도 직접 하나.

== 업계가 음성적으로 변하다 보니 임금체불 같은 불합리한 일을 겪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배달대행사들은 소비자의 주문을 일선 기사들에게 전달만 할뿐 아무런 관리도 하지 않습니다.

메쉬코리아는 67명의 배달원들과 계약을 맺고 스쿠터 안전정비부터 방한복까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배달 건수당 5000~6000원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자사에서 일하는 배달원들은 반경 3.4Km의 주문만 소화합니다. 움직이는 거리가 증가하면 연료비 등 부가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현장 직원들에게 배포한 프로그램은 위치를 계산해 적절한 주문을 배정합니다. 거리가 짧을수록 음식은 따뜻한 상태로 전달되고 안전사고 위험은 줄어듭니다.

Q. '부탁해' 입점 업체를 살펴보니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다수다.

==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에 메쉬코리아의 서비스를 소개하면 점주들이 부담스러워 합니다. 취급하는 물량이 적기 때문에 제가 계산해 봐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겠더라구요. 그래서 대규모로 요식업을 운영하는 대기업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배달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것보다 신뢰할 수 있는 외주업체에게 맡기는 편이 그들 입장에서도 효율적입니다. 

소비자들 역시 그간 배달 서비스를 하지 않았던 비비고, 아워홈 등의 입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1500원 정도의 배달비를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 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셈이죠. 

   
 

◆ "내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는 음식 찾기"

Q. 배달음식을 주문하면 맛에 대한 불안감이 앞선다.

== 배달 전단지를 보면 '이렇게 많은 야식집이 우리동네에 있었나'란 생각이 듭니다. 정작 확인해보면 동일한 업소에서 복수의 간판과 전화번호로 영업을 하는 거죠. 그런 음식점들의 위생상태나 요리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니 먹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지더군요. 메쉬코리아는 직원들이 업소를 직접 방문한 뒤 '부탁해' 입점을 결정합니다.

내 아이들한테 먹일 수 있는 음식을 찾기 위해 이 시간에도 메쉬코리아 직원들은 법인카드를 들고 여러 음식점들을 탐방하고 있습니다.

Q. 서비스지역이 강남구, 서초구, 분당 등으로 한정돼 있다.

== 소위 '맛집'이라 불리는 점포들은 특정지역에 밀집돼 있어요. 우선 이런 곳을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앞으로 늘려나갈 방침입니다. 이달 중순 여의도를 향후 다음달 중구, 향후 한남동, 송파구 순으로 오픈해 나갈 계획을 갖고 있어요. '부탁해'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는 이 정도 입니다. 지역이 협소한 대신 서비스 질을 높이는데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음식 뿐 아니라 화장품, 옷, 꽃 등의 당일배송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유정범 대표는?

2005년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하고 이듬해 딜로이트 컨설팅에 입사했다. 2007년 인포뱅크로 자리를 옮긴 뒤 2011년 컬럼비아 대학 MBA 취득. 지난 2011년 메쉬코리아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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