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믿음을 '악용하는' 얄팍한 블랙컨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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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믿음을 '악용하는' 얄팍한 블랙컨슈머
  • 정진영 기자 jin@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04월 08일 0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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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정진영 기자] 기자는 얼마 전 실수로 아이패드를 땅에 떨어뜨렸다. 액정 오른쪽 하단부에 살짝 금이 갔다.

보상기간 끝나기 전에 새 걸로 바꾸라는 지인의 말에 "뭐 하러 그렇게까지 하냐"고 말했지만 내심 '바꿀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본보는 최근 스마트폰을 훼손해 보험금을 타내는 '블랙컨슈머'들의 행태를 지적했다. 내부의 부품을 빼돌린 뒤 보상을 받거나, 작은 고장이 났을 때 더 크게 망가뜨려 전체적으로 수리를 받는 등 수법도 다양했다.

업계는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파손된 상태만으로 고의인지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괜히 선량한 소비자를 블랙컨슈머로 오인했다가 서로 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 보험 상품은 손익분기점을 계속해서 넘지 못하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결국 소수의 블랙컨슈머들 때문에 다수의 선량한 소비자가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대형마트인 코스트코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코스트코는 정책상 소비자가 환불을 요청하면 이를 100% 수용한다. 소비자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믿음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먹다 남은 식료품이나 오랜 기간 사용한 생활용품 등을 정당한 이유 없이 가져온다.

중고 제품을 새 제품과 교환하거나 환불 받으면 당장은 이익을 얻은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교환∙환불을 위해 들어온 제품들은 다시 판매될 수 없다. 코스트코는 이들을 모두 폐기해야 한다. 폐기를 위해서는 비용이 소요된다. 환불이 수월하다는 이유로 멀쩡한 제품을 바꾸는 소비자들이 늘어날수록 업체는 부담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는 자연스럽게 상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몇몇의 나쁜 행동이 유발한 피해를 다른 소비자들이 함께 짊어지게 되는 것이다.

표준경제학에서는 우리를 '합리적 소비자'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이성적∙논리적으로 사고해 자신에게 진짜 이득이 되는 게 무엇인지를 찾는다는 것이다.

합리적 소비자란 장기적 관점에서 사고할 줄 아는 사람이다. 눈 앞의 이익에 취해 앞을 보지 못한다면 언젠가 그 이기심이 자신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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