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넥스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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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넥스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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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유현석 기자] 세 곳의 재배지가 있었다. 한 곳은 넓고 수많은 작물이 재배되는 곳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외국인까지 찾아와서 구입할 정도로 품질이 좋은 작물이 많다. 워낙 거래가 많아 낱개로 거래하지 않고 15개 품목 이상을 한 묶음으로 사거나 파는 거래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또한 선물거래가 성행해 현물 가격을 좌지우지한다. 다른 시장은 첫 번째 재배지보다는 작다. 하지만 그 곳에는 없는 것이 없어서 첫 번째에서 구하지 못한 작물도 구할 수 있다. 게다가 가끔씩 특별한 작물까지 나온다.

마지막 재배지는 이제 막 밭을 만들기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 이곳의 주인은 "여기는 막 자라기 시작한 새싹들만 판다"며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좋은 품종을 선별할 줄 아는 분만 가능하고 작물이 크면 아마 몇 배 또는 몇 백배의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세 곳은 각각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를 비유한 말이다. 코넥스는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이 은행대출에 편중돼 있는 부담을 줄이고 자본시장을 활용해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거래소에서 만들고 있는 시장이다.

코넥스는 영국의 AIM(Alternative Investment Market)을 벤치마킹 한 것으로 알려졌다. AIM은 영국 증시에서 정규시장을 보완하는 동시에 중소기업의 성공적인 자본조달을 하는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부터 잡음이 나오는 모양새다. 최근 한 언론매체는 코넥스의 지정자문인을 '계륵'이라고 표현했다. 기존 상장주관사와 달리 기업의 상장 적격성 심사는 물론 공시업무와 기업설명회를 지원하고 상장규정 준수 여부까지 감시해야 되기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실익도 없고 오히려 일감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과연 누가 이 시장에 투자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도 나오는 상황이다. 신 시장인 코넥스의 시장참여자는 초기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전문성이 있는 이들 즉, 벤처캐피탈(VC), 금융투자회사, 정책금융기관, 기관투자자들이 대상이다.

이들은 증시에서 닳고 닳은 투자의 고수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과연 이곳에 투자를 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코넥스는 투기가 아닌 '투자'의 색채가 더 강한 곳으로 당장의 이득보다는 앞으로 몇 달 혹은 몇 년 후를 기약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코넥스가 열린다고 해도 개별 기업의 규모가 작고 전문투자자 회전율이 낮아 증권사의 수익규모가 작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을 냈다. 코넥스 시장에 대한 전망이 좋지 않다는 얘기다.

게다가 최근 경기도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글로벌 유동성이 넘친다고 하지만 양극화 국면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한국증시가 글로벌 증시와 디커플링마저 보이는 상황에서 과연 누가 장기적인 투자로 코넥스에 돈을 쏟아 넣을지에 대한 물음표를 갖게 한다.

거래소에서조차 코넥스에 대해 확신 없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문제다. 코넥스 시장 상장제도 설명회 책자에는 '코넥스 개설 초기에는 다수 전문투자자들이 관망적인 투자자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어 정책금융자금 등 공공금융 부문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적혀있다. 거래소 자체에서도 자발적인 참여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아직 개설되지 않은 시장에 관해 이런 저런 말을 하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 하지만 확신 없는 무분별한 개설은 신생 중소기업에게 별다른 득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12일 코넥스 상장 설명회에서 만난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부 지천삼 신사업팀장은 "코넥스에 투자하면 시간이 흐른 뒤 몇 배 혹은 몇 십 배의 이득을 얻을 수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이 뜬 구름 잡기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부디 코넥스가 진정 중소기업의 자금확보를 유도해 혁신 기업으로 성장시켜 주는 시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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