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베노믹스 성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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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베노믹스 성공했나…
  • 이인화 기자 ih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03월 18일 14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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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인화 기자] 일본정부가 '잃어버린 20년'의 장기불황에 대한 해답으로 내놓은 '아베노믹스'. 무제한 양적완화와 본격적인 엔저 정책을 통해 일본 경제를 살리자는 경기부양정책이다. 그러나 한 나라의 통화 약세는 상대국 통화 강세를 불러내는 것이기에 '이웃나라 거지만들기(beggar-thy-neighbors)'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아베 신조 총리가 무제한 양적완화 공약을 발표한 이후 엔화는 지속적인 약세를 보였다. 당시 80엔대였던 달러-엔 환율이 96엔대까지 치솟았다. 일본 내에서 경기 회복 기대감은 높아졌고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크게 올라갔다. 그러나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은 엔화 대비 자국통화 강세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중국 주요 인사들은 일본이 이웃 나라를 쓰레기통(garbage bin) 취급하고 있다는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아베노믹스가 증시에 미친 영향은 엄청났다. 8000대에서 바닥을 맴돌던 일본 니케이지수가 50% 이상 급등했다. 니케이지수는 1만2000선마저 돌파해 5년래 최고치을 기록하는 등 눈에 띄는 결과를 얻어냈다. 20년 넘게 늪에 빠져 있던 일본 증시의 급상승은 글로벌 증시 상승 국면에 큰 힘을 보탰다.

그러나 코스피지수는 글로벌 증시에 크게 뒤쳐진 상태다. 한국 산업은 환율에 민감하고 일본과의 수출가격 경쟁구도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증시도 결국 글로벌 증시 상승 대열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엔화 대비 원화 강세가 한국 증시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 중 하나라는 분석은 틀리지 않는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신임 총재는 통화완화 정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목표 인플레이션 2% 달성을 위해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국제 외환시장에서 추가적인 엔화 약세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되는 모습이다. 일본은행이 부양책을 지속한다 하더라도 이전과 같은 엔화 약세는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들어 엔화 약세에 대한 베팅도 주춤해지고 있다.

외환 전문가들은 그간 엔화 약세폭이 지나쳤다며 일본의 경기 부양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현재 아베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이 같은 정책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정치'일 뿐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사실 혀를 내두를만한 엔저 정책에도 아직까지 엔화 약세가 일본 수출 증가로 이어졌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오히려 수입물가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일본의 해외 에너지 수입규모가 크게 증가한 가운데 엔저는 일본 무역수지와 경상수지에 악재로 작용했다.

엄청난 국가 부채를 털어내지 않고 근본적인 구조개혁도 없는 환율정책은 경기부양 효과나 지속성에 대해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장기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는 일본경제는 인구 고령화 대책이나 사회보장지출 등 경제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돈만 풀고 통화가치를 절하시키는 것이 해결방안이라면 문제는 예전에 풀렸을 것이다. 불황의 골을 깊게 만들었던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고 표면적인 통화절하만으로 일본의 경제 난제를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까지는 성공한 듯 보이는 아베노믹스가 과연 잃어버린 20년의 늪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묘책이 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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