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CJ 상속소송 '소모적 논쟁' 이제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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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CJ 상속소송 '소모적 논쟁' 이제그만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02월 04일 0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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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99개를 가진 사람이 100개를 채우기 위해 욕심을 부린다더니 형제들끼리 볼썽사납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어요."

삼성가 형제들의 상속소송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승소한 날이었다. 8시간째 운전 중이라는 택시기사는 연신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어갔다.

"이건희나 이맹희나 돈이 없는 사람들도 아니고 제일가는 부자들이 서로 돈을 내놔라 못 주겠다 하며 싸우는 꼴 좀 봐요. 그 사람들보다 못 배우고 가진 것 없는 우리가 봐도 기가 막혀요."

동의를 구하는 듯 이따금 룸미러로 기자의 반응을 살폈다. 

"싸움에서 진 사람은 당연히 기분 나쁠 테고 이긴들 좋겠어요? 이미 서로 얼굴에 먹칠 다했는데. 돈 많은 형제들끼리 물고 뜯고 하는 것 보니 오늘은 돈 벌 맛이 안 나네요."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굳은 얼굴로 운전에만 집중했다.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씨가 동생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낸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에서 재판부는 일부 청구를 각하, 나머지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에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거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2월 이맹희씨는 선친이 생전에 남긴 재산을 이건희 회장이 몰래 단독 명의로 변경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차녀 이숙희씨와 차남 고(故) 이창희씨 유족도 이맹희씨와 뜻을 같이했다.

4조849억원이 걸린 형제간의 싸움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당장 전셋값 걱정, 일자리 고민을 해야 하는 서민들의 눈에는 재벌가들의 재산 다툼에 곱게 보일 리 없다. 연륜과 사회적 지위를 고려하면 그들의 행동을 더욱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서로 한발 만 물러나면 최소한 각자의 체면을 구기지 않을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 두발 더 물러나 누가 가져야 할지 조금이라도 '애매한' 돈을 일자리 창출이나 친환경 사업 등을 위해 쓴다면 4조가 아닌 10조, 100조의 가치로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개인과 기업의 위상이 올라감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맹희씨 측의 항소가 확실시되고 있다. 형제간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담당 판사는 선고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선대회장의 유지는 상속과 관련된 부분뿐 아니라 일가가 화합해서 화목하게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뜻도 있을 것입니다."

택시기사도, 판사도, 기자도 모두 알고 있는 이 뜻을 정작 삼성가 형제들만 모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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