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소비자원 '뒷북조사'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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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소비자원 '뒷북조사'가 아쉽다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01월 28일 0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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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국내 의류업계가 이달 중순부터 일제히 '시즌오프' 세일에 돌입했다. 겨울옷 장사가 끝났다는 판단에 나온 재고떨이다. 그마저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입춘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탓이다. 백화점 마네킹들은 '봄신상' 의류로 갈아입은 지 오래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23일 불량 다운점퍼를 가려낸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유명 메이커들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좋아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국내외 SPA업체가 대상이었다.

SPA는 기획, 디자인, 유통, 판매까지 생산자가 일괄하는 의류전문업체를 일컫는다. 유니클로(일본), 자라∙망고(스페인), 갭∙바나나리퍼블릭(미국) 등과 국내 브랜드인 스파오, 미쏘, 코데즈컴바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만든 다운점퍼의 대부분은 표시된 수치보다 적은 양의 솜털을 함유하고 있었다. 자라 특정제품의 경우 표시된 솜털 함유율은 30%였다. 하지만 실제 함유율은 20.8%에 불과했다.

모자른 10%포인트 솜털분량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깃털로 대신했다. 제작단가를 낮추기 위한 '꼼수'였다. 솜털이 많을수록 보온성, 촉감, 착용감 등이 좋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속았다'는 식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겨울옷을 미리 준비해뒀던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비난의 화살은 소비자원을 향하고 있다. 조사결과발표 시점이 앞당겨졌더라면 피해를 입지 않았을 것이란 불만이 골자다.

이번에 문제가 됐던 제품들은 대부분 지난해 11월부터 각 매장에 진열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소비자원의 조사대상 제품숫자는 총 15개. 면밀한 과학적 검증절차를 거쳤다 하더라도 이렇게 까지 결과발표가 지연된 이유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는다. 

소비자원 측은 조사를 면밀히 진행하다 보니 늦어졌다는 다소 뻔한 입장을 내놨다. '공익'이 일정 정도 후퇴된 '보여주기식' '실적발표식' 조사에 불과했던 것은 아닌지 아쉽기만 하다.        

"제품을 선택할 때 '천연오리털 100%' 등의 광고 문구에 속지 말고 솜털과 깃털의 비율, 무게, 충전도 등을 꼼꼼히 따져 선택해야 한다."

소비자원의 당부다.

올해 말, 돌아오는 겨울을 대비하라는 것인지 피해소비자들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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