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연 시장경영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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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연 시장경영진흥원장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2년 11월 12일 0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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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고 삶의 지혜 나누는 전통시장만의 장점 특화 시켜야"

   
 

[컨슈머타임스] "대형마트나 백화점 시스템을 따라가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소통을 통해 삶의 지혜를 나누고 정이 넘치는 전통시장만의 장점을 특화 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남 함평시장부터 전북 고창시장, 경북 구미 중앙시장, 경기 수원 팔달문시장, 서울 통인시장까지. 전국 방방곡곡의 전통시장을 찾아 다니다 보면 하루 해가 짧기만 하다.

장거리 이동에 피곤할 법도 한데 시장 이야기만 나오면 얼굴에 화색이 돌고 눈빛에 힘이 들어간다. 정석연 시장경영진흥원장 이야기다. 침체된 시장을 활기 넘치는 시장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과 전통시장의 현주소를 정 원장에게 직접 들어봤다.

Q. 시장경영진흥원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신다면요.

== 시장은 예로부터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왔을 뿐만 아니라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깃든 곳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유통구조와 소비형태의 변화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전통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했습니다.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진흥원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경영선진화를 모색하고 상인들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공동 마케팅을 지원하거나 우수시장 박람회 개최, 문화관광형시장 사업, 상인 교육 등을 담당합니다.

Q. 최근 우수시장박람회를 성황리에 마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의 가장 큰 특징과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 올해 전국우수시장박람회의 특징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기관 및 대학생들의 참여가 활발했다는 점입니다. 박람회 기간 중 전통시장과 기업 간의 자매결연 캠페인인 '1기관 1시장' 우수사례, 대학생들이 전통시장에서 진행한 '에누리나눔권', '장터유람기' 등 아이디어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시장을 살리기 위한 기업과 대학생 등 지역민들의 노력이야 말로 이번 박람회의 화두인 '공생'을 잘 드러낸 부분이라 볼 수 있겠네요.

이명박 대통령은 직접 행사장을 방문해 전통시장 지원 사업의 성과를 둘러보고 상인들에게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브라질 중소상공인 육성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브라질에서 온 7명의 사절단이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지역 전통시장의 현 위치와 지원 사업을 살펴보고 돌아갔죠. 내년에는 10회를 맞게 되는데 향후 전통시장 경쟁력 강화와 활성화를 위한 구심점이자 상인의 축제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겠죠. 상인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지속·확대해 자긍심을 심어 줄 것입니다.

Q. 시장 활성화를 위해 온누리상품권을 발행하고 있지만 유통 과정에서 '현금깡'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문제 개선 방안이 궁금합니다.

== 온누리상품권은 시장경영진흥원이 2009년 7월 발행을 시작한 전국 전통시장 공동상품권입니다. 올해 발행 목표액은 4000억 원으로 작년 발행액인 2400억 원과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상품권 사용량이 늘다 보니 온라인 매매 등 소위 '깡'이라고 불리는 부당 현금화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 예방하기 위해 중소기업청 공무원들과 시장경영진흥원 직원 20명으로 전담조사반을 구성, 전면적인 현장조사를 진행중입니다. 개별 가맹점 뿐 아니라 시장 상인회 및 인근 취급은행 지점까지 포함해 방문조사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상인회에는 소속 상인들에 대한 관리 감독 의무를 강화하도록 하고 진흥원 내에서도 가맹점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을 보강할 예정입니다. 또 부당 환전에 대해서는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법률개정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Q. 골목상권 진출, 의무휴업 등의 문제를 두고 대형마트와 시장상인들 간의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 대형마트 의무 휴무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전통시장과 마트의 갈등이 재점화 됐습니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의 골목상권 진출로 인해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이 위축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전통시장이 어려움을 겪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유통환경이 바뀐 데 있습니다. 핵가족화와 노령화 등 삶의 방식이 변했고 인터넷의 발달로 소비자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선택의 주도권은 상인에서 소비자로 옮겨왔습니다.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전통시장은 소비자 중심 경영을 앞세운 대형마트와의 경쟁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보다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책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상인들의 적극적인 자세와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이 물론 바탕이 돼야 합니다. 외적으로는 전통시장과 대형 유통업체간 공생·발전을 위한 파트너십이 필요하며 내적으로는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상인의 의식개혁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죠.

Q. 전통시장에서 가격흥정과 덤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있습니다. 반면 '고무줄' 가격과 열악한 쇼핑 환경 때문에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 전통시장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가격경쟁력입니다. 특히 우리 식탁에 오르는 임산물과 채소는 대형마트·SSM과 비교해 가격 면에서 확실히 우위에 있는 상품입니다. 대형마트보다 장기 보관 판매가 어려워 신선한 제품이 아니면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1차 식품군은 우수한 품질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강점에도 불구하고 일부 상인들은 의식개혁이 미비하고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해 전통시장의 이미지를 저해하고 있습니다. 젊은 소비자들은 가격비교를 통해 본인이 살 물건을 직접 선택하는 데 익숙합니다. 시장에서 가격을 물어보면 일단 봉지에 물건부터 담고 "1000원이요" 외치니 경우에 따라 '강매'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인들의 의식개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시장경영진흥원에서는 상인대학을 통해 선진화된 경영방식과 서비스에 대한 교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8월까지 100곳의 상인대학을 개설했고 6574명의 상인대학 졸업생을 배출했죠. 최근에는 전통시장 스스로 변화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고객사랑 캠페인'을 통해 쇼핑환경을 개선하고 원산지 표시와 가격표시제를 시행해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전통시장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몇 가지 꼽아본다면요.

== 조선시대 화성 축성 이후 수원을 상업도시로 만들려는 정조의 숨은 뜻을 간파한 선비와 상인들이 자연스레 모여들어 상권이 형성됐습니다. 이때부터 이어진 수원 팔달문시장은 현재 문화관광형 특성화 사업을 진행중입니다. 지난해 1차 사업을 통해 '왕이 만든 시장'이라는 스토리텔링을 적용해 브랜드화에 성공했습니다.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과 연계해 문화와 쇼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시장의 체질을 바꿔나갔죠. 고객과 상인이 함께 참여하는 7개의 문화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시장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박물관도 개설됐습니다. 한 마디로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아졌다는 얘기죠.

단양 구경시장도 특성화 사업으로 1년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시장을 중심으로 인근에 도담삼봉, 구담봉, 옥순봉 등 이른바 '단양팔경'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단양시장이 추가돼 구경(九㬌)이 된 것입니다. 기존 '단양시장'에서 지리적 특성과 시장 본래의 특징을 담은 '단양구경시장'으로 명칭이 변경됐습니다. 단양흙마늘 닭강정, 마늘순대 등 단양 특산품인 육쪽마늘을 활용한 먹거리도 개발했습니다. 시장 한 복판에는 큰 북을 매달아 매해 첫 시장 개장이나 명절날이면 타고식이 거행됩니다.

Q. 전통시장의 발전방향이 궁금합니다. 소비자들이 찾는 경쟁력 있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기울여야 할까요.

==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 아닙니다. 지역민들의 애환이 녹아 있고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곳입니다. 나물 한가지를 살 때도 "어떻게 먹으면 맛있냐"고 물어보면 상인들이 "살짝 데쳐 먹어라. 들기름에 볶으면 고소하다" 등등 어머니처럼 할머니처럼 알려줍니다. 이러한 소통을 통해 정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죠.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구조적인 시스템을 따라가기 보다 시장만의 특성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바탕에는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는 상인들의 의식 변화와 시장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이 필요하겠죠.

◆ 정석연 시장경영진흥원장은?

정석연 시장경영진흥원장은 숭실대학교 경영대학 벤처중소기업학과 재학,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유통학회 고문, 한국중소기업학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2008년부터는 시장경영진흥원장직을 맡고 있다.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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