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리포트' 등산화편 뚜껑 열자 '속빈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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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리포트' 등산화편 뚜껑 열자 '속빈강정'?
  • 김한나 기자 hanna@cstimes.com
  • 기사출고 2012년 03월 22일 09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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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제품 한정해 홍보성 비난… '접지력' 등 중요항목 검증 결여 지적
▲ 컨슈머리포트 1호에서 등산화의 품질을 비교한 결과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의 합작품인 한국판 '컨슈머리포트'가 부실한 내용으로 인해 빈축을 사고 있다.

제품 구매의 척도로 삼을 수 있을 만큼 전문성과 객관성을 담보한다는 원래의 취지를 온전히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 쟁점 1. 무거우면 안 좋은 등산화 일까

21일 공개된 컨슈머리포트는 아웃도어 유명 5개브랜드의 등산화 10개 제품의 품질을 비교했다. 일반용 등산화 5종과 둘레길용 등산화 5종이 대상이었다. 실험에 참여한 브랜드는 △K2 △코오롱스포츠 △노스페이스 △블랙야크 △트렉스타로 한정됐다.

소비자원은 이 중 코오롱스포츠 '페더'와 블랙야크 '레온'을 추천제품으로 선정했다.

'페더'는 시험 대상 일반 등산화 중 가격이 가장 저렴(23만원)하고 두 번째로 가벼우며(569g) 내마모성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내굴곡성에서 이상이 없었고, 접착 부위의 강도와 동계산행에 필수적인 내수성도 뛰어났다.

'레온'은 시험 대상 일반 등산화 가운데 가장 가볍고(515g), 내굴곡성에 이상이 없었으며 내마모성과 끈고리 부착강도 역시 우수했다. 동계산행에 필수적인 내수성도 양호했다.

그러나 K2 '체이서'와 노스페이스 '니아'는 각각 무게가 두번째 혹은 제일 무거워 추천에서 제외됐다. 트렉스타 '블루릿지 하이커'는 내마모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혹평을 받았다.

아웃도어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등산화의 품질은 무게로 평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산행 스타일이 중장거리라면 무게감 있는 등산화가 적합하고 단기 산행의 경우라면 반대로 가벼운 제품이 적합하다"며 "안정감을 위해 무게감 있게 만들어진 제품을 무게로 단순 비교해 서열화하는 것은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도 "무겁다고 나쁜 등산화가 아니고 가볍다고 좋은 제품이 아니다"라며 "등산화는 발에 착화하고 가파른 곳과 바위 등을 밟아야 하므로 어느 정도는 무게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무게로 품질은 평가한 것이 아닌 무게를 숫자로 제시하고 전체적 점수를 매기는데 합산 한 것 뿐"이라며 "컨슈머리포트는 제품의 좋고 나쁨을 표시하는 것이 아닌 제품들의 특장점을 제공해 소비자들이 비교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팁을 제공하는 토탈 정보를 담는다"고 해명했다.

◆ 쟁점 2. 5개 브랜드 만으로 등산화 '통합' 품질비교가 될까
컨슈머리포트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 다양한 정보로 활용될 수 있도록 만들어 진 것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등산화'편은 실험군이 5개 브랜드로 한정돼 오히려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다양성'을 저해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브랜드만 50개가 넘고 그 중 메이저 업체로 분류되는 것만 15개가 넘는다"며 "5개 브랜드에 한정한 것은 객관적으로 제품에 대한 리뷰 등 정보를 제공할 목적이 아닌 특정 브랜드 홍보성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현명한 소비를 위한 정보제공 차원이라면 다양한 브랜드로 확대하는 것이 맞다"며 "똑똑한 소비가 아니고 특정 브랜드가 좋다는 식의 내용 밖에 되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실험군은 상위 5개 브랜드로 선정한 것"이라며 "하산하는 등산객의 70% 가까이가 상위 5개 브랜드를 신고 있었다는 조사결과도 있었다. 시험할 수 있는 기간이 한정돼 있는 탓에 대다수가 사용하는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쟁점 3. '추천제품' 믿을 만 한가

컨슈머리포트는 이번 등산화 품질 비교를 위해 △무게 △가격 △내마모성 △내수성 △내굴곡성 △끈고리 부착 강도 △유해물질 등을 검사했다.

보고서를 살펴보면 '우수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단점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표현으로 에둘러져 있다. 추천제품의 평점이 높았다고는 하나 수치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방사형 그래프로 표식화 돼 있는 것이 전부다.

소비자원은 학계, 공인시험기관, 소비자단체 등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5개의 제품 중 추천 제품을 선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입장은 달랐다.

한 등산 전문가는 "소비자들에게 등산화에 대한 정확한 품질 비교를 제공하려면 산행 패턴을 4~5가지로 나눈 후 추천을 하는 식으로 객관성을 높여야 했다"고 지적했다. 5개 브랜드에 한정된 제품 중 우수하다는 식으로 '추천제품'을 꼽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는 "등산화에서 최고의 기술력은 접지력으로 꼽힌다"며 "이러한 접지력은 반복적인 실험으로 검증되기 어렵고 소비자들이 직접 착화해 체감하게 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증명돼 있지 않다"고 지목했다.

이 관계자는 "착화감, 통기성, 발목 뒤틀림 방지 등 등산화에서 중요시 되는 특수한 요소들이 있는데 이번 품질 비교에서는 이러한 항목이 부각되지 않은 채 '추천제품'만 명시됐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정확하게 실험했으나 데이터를 구체적으로 넣기에는 전문적인 용어들이 많아 오히려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구매 결정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싶어 특장점들만 보기 쉽게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제품에 대해서도 "학계, 연구 전문기관, 소비자단체 등 어려 분야 전문가들의 자문으로 객관성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컨슈머리포트에는 품질비교 외에도 피해발생 시 대처 요령과 구매 시 가이드 등이 상세히 안내 돼 있다"며 "소비자들의 합리적 구매를 돕기 위한 것인 만큼 지속적으로 관련 정보들이 업데이트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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