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100억 샜다…이석용 농협은행장, 윤리경영·청렴농협은 말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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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100억 샜다…이석용 농협은행장, 윤리경영·청렴농협은 말뿐?
  • 이지영 기자 ljy@cstimes.com
  • 기사출고 2024년 03월 06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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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용 NH농협은행장이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이 지난해 범농협 윤리경영 실천 운동인 '3행 3무 실천 결의대회' 참석해 '청렴 농협' 구현을 다짐했다.

컨슈머타임스=이지영 기자 | 은행에서 배임 사고가 또 터졌다. 농협은행서 100억원이 넘는 돈이 새나갔는데, 4년 동안 알아채지 못했다. 임기 초부터 '윤리경영'과 '청렴농협'을 실현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해온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결의도 낯 뜨거워졌다. 올해로 임기 2년차를 맞는 만큼, 내부통제 책임론을 피하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NH농협은행은 업무상 배임으로 109억4733만7000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지난 5일 공시했다. 

이번 사고는 농협은행 자체 감사에서 발견됐고, 여신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이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직원은 형사 고발된 상태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금융사고 금액에서 회수예상금액을 차감한 손실예상금액은 아직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발생한 기간은 지난 2019년 3월 25일부터 지난해 11월 10일까지로, 무려 4년이 넘는다.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임기는 지난 2023년 1월부터였다. 내부통제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농협은 그동안 ESG 경영을 강조해 왔다. 이 은행장이 임기를 시작한 이후에도 매년 신년사에서도 빠지지 않고 ESG 경영을 내세우며 기업의 책임을 강조해 왔다. 특히 이 은행장은 지난해부터 NH농협 임원 및 집행간부 등과 함께 '3행 3무 실천 결의대회'를 열고 '청렴 농협'을 다짐해 왔다.

이 은행장은 지난해 "지속 가능한 100년 농협을 구현하고 고객으로부터 신뢰받는 농협이 되기 위해 임직원 모두가 '3행 3무 실천운동'을 적극 실천할 것"을 주문하며 "앞으로 다양한 윤리경영 활동을 전개해 깨끗하고 청렴한 농협은행을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올해에도 이어진 '윤리 경영 실천' 서약에서는 이 은행장이 "임직원 모두가 윤리경영을 실천해 고객이 먼저 찾는 신뢰받는 농협은행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실질적인 내부 관리에는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 청렴을 강조해왔던 말들의 진정성이 모두 퇴색되고 말았다. 

은행권에서는 몇 년간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해 고객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지난해 사고 발생 시 대표이사가 책임을 지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책무구조도 도입, 내부통제 관리의무 부여 등 금융권의 내부통제를 개선하는 내용이 담겼고,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CEO 제재에 대해서 "은행권 핵심 업무와 관련된 사고에 법령상 최고 책임을 묻겠다"면서 "최대한 최고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게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만큼 이 은행장이 내부 통제 부실에 대한 책임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 인사위원회를 거쳐 배임 행위자를 징계 조치할 방침이다. 하지만 단순히 개인의 징계에 그치지 않고,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진정성 있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는 은행권 내부의 자성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에서 계속해서 이러한 금융사고가 일어나는 것이 안타깝다"면서도 "잃어버린 고객의 신뢰를 찾기 위해 계속해서 무거운 책임을 감당하며 내부통제 시스템을 철저하게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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