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쏙 빼는' 소주…"어디까지 순해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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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쏙 빼는' 소주…"어디까지 순해지는 거예요?"
  • 안솔지 기자 digeut@cstimes.com
  • 기사출고 2024년 02월 16일 0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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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이슬 후레쉬, 알코올 도수 16.5도→16도…저도주 트렌드 영향
"16도 이하는 글쎄"…기존 저도주와 차별화·소비자 인식도 문제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서민의 애환을 달래주는 '독한 술'로 여겨졌던 소주가 '순한 맛'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취하기보다 즐기기 위한 '술 문화'의 확산으로, 저도주 트렌드가 주류 시장을 이끌면서 소주도 알코올 도수 '다이어트'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참이슬 후레쉬'의 전면 리뉴얼 소식을 알렸다. 정제 과정을 늘려 품질을 개선하고 패키지 디자인도 바꿨다. 알코올 도수도 16.5도에서 16도로 0.5도 내린다. 

이는 지난 1924년 등장한 국내 첫 소주인 '진로'의 알코올 도수가 35도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절반 넘게 낮아진 셈이다. 

초창기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높았던 것은 빨리 취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알코올 도수를 낮추는 기술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영향도 있었다. 

알코올 도수가 30도 아래로 낮아진 것은 1965년부터다. 당시 정부가 식량 부족을 이유로 쌀로 술을 빚는 것을 금지하고자 반포한 '양곡관리법'의 영향이다. 이에 따라 '증류식 소주' 대신 알코올을 물에 희석시키는 '희석식 소주'로 생산방식이 바뀌면서 알코올 도수를 조절하는 기술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후 진로는 1973년 알코올 도수를 25도로 조정했고, 20년 넘게 모든 업체가 같은 도수를 유지하면서 '소주=25도'라는 불문율이 생겼다.

소주 제품들이 본격적인 저도주 경쟁에 뛰어든 것은 1998년 하이트진로가 불문율을 깨고 알코올 도수 23도의 '참이슬'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이때를 기점으로 소주의 알코올 도수 낮추기에 점차 속도가 붙었다.

이후 하이트진로는 2006년 8월 19.8도의 '참이슬 후레쉬'를 내놓은 뒤 19.5도, 18.5도, 17.8도, 17도 등으로 소수점 단위의 알코올 도수 감량을 지속했다. 2021년 들어 진로와 참이슬 후레쉬 모두 16.5도에 정착하는 듯 했으나, 한 차례 더 리뉴얼을 진행하면서 16도가 됐다.

경쟁사인 롯데칠성음료도 2006년 부드러운 목 넘김을 강조한 알코올 도수 20도의 신제품 '처음처럼'을 선보인 뒤 지속적으로 알코올 도수를 낮춰왔다. 2022년에는 알코올도수 16도의 제로슈거 소주 '새로'도 선보였다. 

업계에서는 저도주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지만 당분간은 16도 선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맥키스컴퍼니가 지난해 3월 국내 최저 도수인 14.9도의 제로슈거 소주 '선양'을 선보이긴 했지만 시장에서 별 반향을 일으키진 못하고 있다. '그래도 소주인데'라는 소주 특유의 쓴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여전히 강한 탓이다.

게다가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과일소주 '에이슬 시리즈', '순하리'를 비롯해 '매화수', '청하' 등 자사의 저도주 제품군과의 차별화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처럼 술을 마시면 '무조건 취해야지' 보다는 분위기 자체를 즐기려는 문화가 퍼지고 있어 저도주 트렌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소주 본연의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있는 만큼 16도 이하로 도수를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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