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쪼그라드는데"…신세계L&B, 와인 직진 행보 '패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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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쪼그라드는데"…신세계L&B, 와인 직진 행보 '패착' 우려
  • 안솔지 기자 digeut@cstimes.com
  • 기사출고 2024년 02월 13일 0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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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L&B "금리 인하·경기 개선 시 와인 수요 회복할 것" 
본업 정체성 '와인' 집중…'와인앤모어' 대표 브랜드 육성 방침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신세계L&B가 와인 사업에 드라이브를 건다. '와인'이 지고 '위스키'가 주류 시장 대세로 떠오른 가운데 와인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신세계L&B의 선택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카치·버번·라이 등 위스키류 수입량은 3만586톤으로 지난해보다 13.1% 증가했다. 2022년 2만톤을 넘긴 뒤 1년 만에 3만톤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위스키에 탄산수나 토닉워터 등을 넣어 마시는 하이볼이 인기를 끌면서 수입량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와인 수입량은 전년 대비 20.4% 줄어든 5만6542톤을 기록했다. 와인 수입량은 코로나 첫해인 2020년 5만4000톤으로 증가한 이후 2021년 7만6575톤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꾸준히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해 수입량은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와인은 코로나 기간 동안 홈술·혼술 문화의 확산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지만, 엔데믹 이후 외부 활동이 증가하며 기세가 한풀 꺾였다.

와인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신세계L&B의 선택에 의문이 생기는 이유다. 

올해 정기 인사를 통해 신세계푸드와 신세계L&B를 겸임하게 된 송현석 대표는 '와인앤모어'를 와인·주류 사업 전체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주류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신세계푸드 대표 브랜드로 키워낸 '노브랜드 버거'처럼 '와인앤모어'를 주류 사업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신세계L&B는 '와인' 사업 집중을 위해 성과가 미진한 사업들도 정리에 나섰다. 지난해 사내 위스키 신사업을 전담하던 'W비즈니스'팀을 해체하면서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위스키 사업은 우창균 전 신세계L&B 대표가 추진하던 사업으로 대표가 변경되고 사업 전략을 새롭게 가져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L&B 매출의 약 70%를 담당하던 와인 사업이 부진에 빠지자 이익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롱텀비즈니스'인 위스키 사업까지 이끌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소주와 발포주 사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소주 시장 반응을 보기 위해 선보였던 '킹소주24'는 준비한 물량 40만병을 모두 판매했으나, 추가 생산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2022년 3월 선보인 발포주 브랜드 '레츠'도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운영 방향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예상보다 발포주 수요층이 얇은데다 레츠가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수익성 중심 의사결정과 본업 경쟁력 강화 등을 강조하면서, 그룹의 경영 기조에 따라 신세계L&B 역시 '본업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와인 사업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고객 인상의 모든 주류 라이프에 더 큰 풍성함과 수준 높은 즐거움을 제공하는 미션을 설정하고, 기존 '와인앤모어' 매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온·오프라인의 고객 접점에서 신세계L&B만의 엄선된 와인 및 주류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브랜드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와인앤모어는 '프리미엄 주류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확장을 꾀하는 만큼, 와인을 원료로 한 화장품 개발과 이종 브랜드와의 활발한 협업 등을 통해 주류 전문 매장 이상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또 다양한 시도와 남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첫 시도로, 변화에 대한 의지와 비전의 상징인 '2024 청룡 에디션 패키지'를 기획했다. 앞으로도 매년 그 해를 상징하는 패키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신세계L&B의 이러한 행보는 와인 시장이 회복할 것이라는 것을 전제한 것이다. 와인 시장이 지속적으로 쪼그라든다면 와인 사업 집중 전략이 '패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신세계L&B의 영업이익이 2021년 212억원에서 2022년 116억원으로 45.28% 급감한 상황에서,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신세계L&B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고금리로 인한 불경기가 지속하면서 와인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금리가 인하되고 경기가 개선되면 와인 음용 및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세계L&B는 그동안 역량을 구축해온 와인사업 및 와인앤모어 육성에 주력할 계획이며, K위스키 생산만 잠정 중단하는 것일뿐 위스키 수입 및 유통 등 위스키 비즈니스도 지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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