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지는 재개발·재건축사업…시공사 선정도 '난항'
상태바
미뤄지는 재개발·재건축사업…시공사 선정도 '난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설사들, 출혈경쟁 피하고 '선별수주'로 사업지 확보 추세
입찰 참여업체 수 '저조'…시공사 선정 어려움 갈수록 커져
정비사업 평균 공사기간 더욱 길어져…'수익성 악화' 불가피

컨슈머타임스=김유영 기자 | 일부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이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고금리에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건설사들이 경쟁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등 몸을 사리고 있어서다.

최근 건설사들은 입찰 전까지도 사업 여건 등을 신중하게 검토해 높은 수익성이 보장되는 곳에만 들어가는 '선별 수주'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최대한 일반 경쟁 입찰 방식을 피하고 수의계약으로 사업지를 확보해 출혈 비용을 줄인다는 전략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경쟁 입찰이 2회 이상 유찰된 경우 수의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달 진행된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최소 14건이 유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2일 개찰을 진행한 서울 신반포 27차 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은 결국 유찰됐다. 현장 설명회에는 8개의 건설사가 참여했지만, 단 한곳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사업의 경우 '지하철 3호선 잠원역 역세권'이라는 호재가 있지만, 210가구만 조성하는 소규모 사업이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수익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입찰에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로 인한 자금 조달의 어려움과 공사원가가 상승하는 등 수주 환경이 여러모로 변했다"며 "수익성을 면밀히 따져 회사의 재무상태도 고려하는 등 신규 사업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16일 진행된 중화우성타운 재건축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 입찰도 참여업체 수의 부족으로 유찰됐다.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8일 1차 입찰을 진행한 데 이어 2차 입찰을 받았으나 모두 유찰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요 미응찰 단지로는 △서울 구로구 한성아파트 소규모재건축정비사업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4차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경기 시흥시 시흥5동1구역 919번지일원 가로주택정비사업 △경기 부천시 심곡동 무지개연립 가로주택정비사업 △부산 사하 괴정3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이 있다.

이같이 경쟁 입찰에 건설사 1곳만 입찰하거나, 아예 입찰에 나선 건설사가 없어 2차례 유찰 이후 수의계약을 맺는 단지도 늘고 있다. 지난 10일 발표된 '1.10대책'으로 정비사업 시장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실제로는 시공사 선정조차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비사업의 평균 공사기간이 길어지고 있어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R114가 입주(예정) 아파트를 대상으로 공사기간을 조사한 결과, 올해는 평균 29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4개년(2020년~2023년) 평균 25개월 대비 4개월이 더 걸리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인상, 자금조달 문제 등으로 건설업계의 고전이 이어지고 아파트 공사기간이 길어지면서 비용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분양 지연도 계속되고 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평균 정비사업 실적이 연초계획 대비 45% 수준에 그쳤고, 올해 주택시장 여건도 녹록지 않아 실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물량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정비사업 분양 예정 물량은 16곳, 1만8792가구가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이 중 잠실래미안아이파크, 래미안원펜타스 등 8개 단지, 6847가구가 지난해 분양을 하지 못해 넘어온 물량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 지연이 보편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 시점을 확정하지 못한 일부 사업지들은 연내 분양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강남구와 여의도, 한남동, 목동 등 사업성이 확실한 지역들은 건설사간 수주에 불꽃 튀는 경쟁을 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압구정현대' 전담팀을 구성하고 홍보관을 새로 마련하는 등 시공권을 따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 단행된 조직개편에서 도시 정비영업실 아래 '압구정 TFT(태스크포스팀)'을 꾸렸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경기가 좋으면 수익성을 크지 않더라도 동네 상징성을 보고 들어가던 사업지역들도 이제는 사업의 질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며 "한동안 돈이 되는 곳에만 가는 선별수주 전략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