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부담에 '수입 멸균우유' 약진…국산 우유 밀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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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부담에 '수입 멸균우유' 약진…국산 우유 밀어낼까
  • 안솔지 기자 digeut@cstimes.com
  • 기사출고 2024년 01월 23일 0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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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일반 우유 가격 '2900원대' 형성…소비자 부담 갈수록 '가중'
수입 멸균우유, 최근 수입량 증가세…CU는 직수입까지 추진하기도
2026년 관세 철폐로 가격경쟁력 '강화'…국산 우유 입지 더 좁아져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지난해 원유값 상승의 여파로 주요 유업체의 일반 우유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서 국내 우유 소비 지형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값싼 수입 멸균우유로 국산 우유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 소비자물가지수는 118.13으로 전년 대비 9.9% 상승했다. 14년만에 상승률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원유값이 10년 만에 최대폭으로 오르면서 우유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결국 매일유업, 서울우유, 남양유업 등 국내 주요 유업체 3사의 일반 우유 가격은 2900원대로 올랐다. 이처럼 우유 가격이 오르면서 우유를 주원료로 한 치즈, 아이스크림 등 유가공품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국산 우유의 가격 부담이 지속적으로 커지자 상대적으로 값싼 수입 멸균우유를 대체재로 선택하려는 분위기가 최근 확산되고 있다.

수입 멸균우유는 국산 흰 우유 대비 가격이 절반가량으로 저렴하고, 유통기한이 1년으로 길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게다가 그간 수입 멸균우유 특유의 맛과 향으로 인해 국내 소비층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국산 우유에 대한 가격 부담이 가중되면서 가격적 메리트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수입 멸균우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관련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2년 멸균우유 수입량은 3만1461톤으로 전년 대비 42% 늘었다. 2018년 4291톤이었던 멸균우유 수입량은 △2019년 1만484톤 △2020년 1만1476톤 △2021년 2만3284톤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2018년과 2021년을 비교하면 무려 5배가량이 늘었다.

수입 멸균우유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편의점에서도 멸균우유 직수입에 나서기 시작했다. 

편의점 CU는 최근 폴란드에서 직수입한 1L짜리 일반 우유와 저지방 우유 2종을 선보였다. 각각 1000원대 후반에서 2000원대 초반으로, 제조사 브랜드(NB) 일반 우유 대비 최대 46% 저렴하게 책정했다. 

이처럼 제품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었던 것은 '직소싱'의 힘이 컸다. 수입 벤더사들을 거치지 않고 직소싱을 진행해 기존 보다 매입 원가를 절감하고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한 우유를 선보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유 가격 인상으로 지난해 10월~12월 동안 CU의 PB 일반 우유 매출은 전년 대비 89.8%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에 대한 소비자 쏠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때문에 가격적인 부담이 더 적은 수입 멸균 우유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확실히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산 우유의 자리를 비집고 들어오는 수입 멸균우유를 바라보는 유업체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우유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값싼' 수입 멸균우유의 등장에 자신들의 입지가 밀릴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오는 2026년부터 수입 멸균우유의 관세가 폐지되면 국산 우유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인해 시장 점유율을 더 내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 멸균 우유 수입량이 늘고 있다고는 하나 국산 우유와는 품질적인 차이가 있어 실제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이 가중되고 있고, 수입량이 계속 증가세에 있다는 점을 감안해 업계에서도 국산 우유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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