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전 세계 군주 중 최장기간 재위한 덴마크 마르그레테 2세(83) 여왕이 즉위 52주년을 맞은 14일(현지시간) 왕위에서 물러났다.
덴마크 역사상 군주가 스스로 퇴위하는 건 1146년 수도원에 들어가기 위해 왕위를 포기한 에릭 3세 이후 약 900년 만이다.
여왕의 뒤를 이어 맏아들 프레데릭(55) 왕세자가 프레데릭 10세로 즉위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왕위 계승 행사는 오후 1시 반께 시작됐다.
프레데릭 왕세자가 전용차 크로네 1호기를 타고 코펜하겐의 크리스티안보르궁으로 먼저 도착한 뒤 이어 왕실 마차에 탄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이 기마 근위병의 호위를 받으며 모습을 나타냈다.
이들의 이동 경로와 크리스티안보르궁 앞에는 10만명 넘는 인파가 몰려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했다.
양위는 오후 2시께 열린 국무회의에서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이 퇴위 선언문에 서명하는 순간 이뤄졌다. 이후 여왕은 곧바로 크로네 1호기를 타고 크리스티안보르궁을 떠났다.
1972년 1월 14일 아버지 프레데릭 9세가 서거한 이후 31세에 왕위에 오른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은 2022년 9월 서거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다음으로 오래 왕위에 머문 군주다.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이 왕위를 물려주면서 프레데릭 10세는 곧바로 왕좌에 올랐다.
프레데릭 10세는 첫 군중 연설에서 모친인 마르그레테 2세 여왕에게 경의를 표한 뒤 "제 희망이자 평생을 바쳐온 과제는 내일의 통합의 왕이 되는 것"이라며 덴마크 국민을 하나로 단결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프레데릭 10세는 덴마크 오르후스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1986년부터 육·해·공군을 두루 거치며 장기간 군 생활을 했다.
마라톤과 철인 3종 경기 등을 즐기는 스포츠맨이며 2018년에는 덴마크 인기 록 밴드와 함께 음악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공공장소에서 쇼핑, 식사,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을 정도로 소탈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호주 출신인 메리(51) 왕비 역시 영국 왕세자빈 케이트 미들턴 못지않게 인기가 많다.
두 사람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당시 한 술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친구의 소개로 만나 열애 끝에 2004년 결혼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