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 별세…병마에도 붓 놓지 않은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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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 별세…병마에도 붓 놓지 않은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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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23년 10월 14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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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법' 연작으로 韓 현대미술에 큰 획…"나를 비우고 수련하는 과정"
폐암에도 "한 줄이라도 더 긋고 싶다"…이름 딴 미술관 완공 끝내 못봐
고(故) 박서보 화백
[기지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묘법' 연작으로 유명한 '단색화 대가' 박서보(본명 박재홍) 화백이 14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193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박 화백은 무수히 많은 선을 긋는 '묘법'(Ecriture·描法) 연작으로 '단색화 대표 화가'로 불리며 한국 현대 추상미술 발전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1967년 처음 시작한 묘법 작업은 어린 둘째 아들의 서툰 낙서에서 착안했다.

캔버스에 물감을 칠한 뒤 연필로 선 긋기를 반복하면서 자신을 비우고 수신(修身)하는 과정에 중점을 뒀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한지를 풀어 물감에 갠 것을 화폭에 올리고 도구를 이용해 긋거나 밀어내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후기 묘법시대를 열었고, 2000년대 들어 자연의 색을 작품에 끌어들인 유채색 작업을 하며 변화를 거듭했다.

그는 2010년 회고전 간담회에서 "묘법은 도(道) 닦듯이 하는 작업"이라며 "그림이란 작가의 생각을 토해내는 마당이 아니라 나를 비워내는 마당이며 묘법은 내가 나를 비우기 위해 수없이 수련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 '박서보-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 전시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아흔을 넘긴 나이에도 작업을 계속했던 박 화백은 올해 2월 페이스북에 폐암 3기 진단 사실을 밝히면서도 "캔버스에 한 줄이라도 더 긋고 싶다"며 작업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요즘 많이 걸으며 운동하는 것은 더 오래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좀 더 그리기 위한 것"이라며 "사는 것은 충분했는데, 아직 그리고 싶은 것들이 남았다"고 말했다.

고(故) 박서보 화백
[기지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박 화백은 국내외에서 수많은 개인전을 열었다. 미국 뉴욕현대미술관과 구겐하임미술관,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 일본 도쿄도 현대미술관,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홍콩 M+미술관 등 세계 유명 미술관이 고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1979년 작 '묘법 NO. 10-79-83'은 2017년 5월 열린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1천26만 홍콩달러, 당시 한화 기준으로 약 14억7천400만원(수수료 포함)에 거래돼 주목받았다.

2021년에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이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박 화백의 작품을 이용한 핸드백을 내놓았다.

단색화 열풍이 불면서 국내에서도 박 화백의 그림이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술 경매에서 박 화백의 작품 낙찰 총액이 123억4천만원을 기록해 쿠사마 야요이, 이우환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윤명숙씨와 2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된다. 

발인은 17일 오전 7시. 장지는 경기 성남시 분당 메모리얼파크다.

박서보 화백 '묘법 No.091226'
[조현화랑 제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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