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베블렌효과' 꿰뚫는 똑똑한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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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베블렌효과' 꿰뚫는 똑똑한 소비자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11월 07일 0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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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블렌효과'라는 경제용어가 있다.

소비자의 과시욕구 때문에 재화의 가격이 비쌀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기자는 최근 등산을 즐기는 어머니와 유명 아웃도어 매장을 찾았다. 겨울용 등산 자켓과 스틱을 먼저 둘러봤다. 매장 직원이 추천해주는 기능성 자켓은 50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스틱도 10만원을 호가했다.

"싼 등산복은 저질이라 못 입는다", "등산복은 비싼 제품이 좋다"는 매장 직원의 설명이 이어진다.

구체적인 기능 설명보다 "요즘은 싼 등산복 입으면 등산 모임도 못 나간다"는 말로 과시욕을 자극시킨다. 선뜻 구매를 결정하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비싼 제품=좋은 제품'이라는 공식을 주입시키는 듯 했다.

업계에 따르면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로 자켓, 티셔츠, 바지, 신발, 배낭, 장갑, 스틱 등 등산에 필요한 기본 복장을 갖추는 데 많게는 200만원이 넘게 든다.

비싸도 잘 팔린단다. 백화점 매출 상승의 요인이 아웃도어 제품 판매 증가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베블렌효과'는 아기들의 주식인 분유 시장에서도 통한다.

분유업체들은 자녀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 싶어하는 엄마들의 마음을 '프리미엄 마케팅'으로 자극한다. 수십 개의 분유가 진열돼 있는 대형마트 분유코너, 고가의 분유들이 '명당'을 차지하고 있다.

업체에서 나온 판촉 직원들이 제품을 홍보한다. 고가의 분유를 가리키며 "하나 밖에 없는 아이인데 좋은 분유 먹여야 하지 않겠냐"고 소비자를 설득시킨다. '비싼 분유=좋은 분유' 공식을 엄마들에게 주입시키는 모습에 가깝다.

모 분유업체 관계자는 "비싼 제품이 잘 팔리니까 분유 업체들이 저가 제품 출시를 중단하고 한 통에 3~4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 생산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저가 분유를 먹여도 아이들의 건강과 성장 발육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부연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비쌀수록 좋다는 인식은 화장품을 구매할 때도 강하게 작용난다. 때문에 에센스 하나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화장품 브랜드들은 성분이나 기능 추가 없이 제품 가격을 올린다. 높은 가격은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나타내는 척도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비싼' 아웃도어 제품과 분유, 화장품이 잘 팔리는 배경에서 업체 측의 마케팅 전략이 엿보인다. 제품의 기능이나 성분 등을 꼼꼼히 비교해 설명하기보다 '비싸니까 좋다'는 식의 판매술이다.

'베블렌효과' 이면에 소비자를 세뇌시키는 업체들의 상술이 있다는 말이다.

소비자가 똑똑해져야 한다. '비싼 제품'이 제 값을 하는 '좋은 제품'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비쌀수록 제품이 잘 팔린다는 공식이 통하기 시작하면 해당 품목의 전체 평균가도 덩달아 올라가기 마련. 소비자들은 점점 더 비싼 제품을 구매할 수 밖에 없다.

'비싼 제품'과 '좋은 제품'을 가려내는 소비자들의 안목이 필요한 때다.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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