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솔지의 잇사이트] 화려한 팝업, 그 뒤에 남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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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솔지의 잇사이트] 화려한 팝업, 그 뒤에 남은 것들
  • 안솔지 기자 digeut@cstimes.com
  • 기사출고 2023년 09월 20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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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요즘 '핫'한 동네라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팝업스토어'다. 팝업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기업의 규모나 업종을 막론하고 다양한 팝업스토어 운영에 나서고 있다. 화려하면서 다양한 체험요소로 가득 채운 팝업스토어를 통해 외부 활동 수요를 선점하고,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해 MZ세대 소비자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힙스터들의 성지'로 불리는 서울 성수동에서 이번 주 동안 열리는 팝업스토어만 50개 가량이다. 월 평균 100여개의 팝업스토어가 생겼다 사라진다고 한다. 'MZ세대 놀이터'로 급부상한 '더현대 서울'에는 지난 2년간 321개의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이쯤되면 팝업스토어는 기업들에게 팝업스토어 운영은 필수로 자리매김한 듯 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도 "팝업스토어에 더욱 힘을 쏟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팝업스토어 운영 전후 브랜드 인지도 조사를 해보면 확실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SNS에 올라오는 인증샷을 통해 번지는 파급력은 엄청나다"며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잘만 운영하면 투자 대비 마케팅 효과가 확실한 만큼, TV 광고 등을 집행하기 어려운 기업들까지 팝업스토어 운영에 나서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팝업스토어 운영 이후에 발생한다.  

'팝업(Pop-Up)'은 '튀어나오다, 불쑥 나타나다'라는 뜻이다. 인터넷 페이지에 접속했을 때 불쑥 나타나는 '팝업창'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팝업스토어는 말 그대로 불쑥 나타나 단기간 동안 운영하고 사라지는 매장이다. 팝업스토어의 특성상 공간을 짧은 기간 임대해 사용하게 되고, 사용이 끝난 공간을 '원상복구'해야 하다보니 철거에 따른 폐기물이 대량으로 발생하게 된다.

소비자들의 몰입감을 높이고 이목을 끌기 위해 팝업스토어를 더욱 화려하게 꾸미고 있는 만큼 폐기물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짧게는 몇 일, 길게는 두 어달 운영되는 팝업스토어를 위해 세워지는 가벽을 비롯해 플라스틱, 현수막 등은 재활용을 염두해두지 않아 곧 폐기물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열린 '2022 전시디자인트렌드 국제 포럼'에서 건축·인테리어 기업인 가보샵 김혜련 대표는 팝업스토어와 유사한 1회성 전시회 폐기물에 대해 전시장 약 2.7평(9㎡)당 폐기물이 270kg에 달한다고 말했다. 대략 10평 규모의 작은 팝업스토어라 하더라도 1톤가량의 폐기물이 발생하는 셈이다. 

기업들이 말하는 '팝업스토어의 성공적인 마무리'에 폐기물은 빠져있는 듯 하다. 최근 너 나 할것 없이 ESG 경영 행보를 강화하면서 '친환경' 활동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팝업스토어 이후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폐기물에 대해 외면하는 것은 '모순'이다. 

팝업스토어가 기업의 필수 마케팅 요소로 자리잡은 만큼, 이제는 팝업스토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것 뿐만 아니라 폐기물의 양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요소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

이미 노력 여하에 따라 폐기물의 양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기업도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어메이징 오트 카페'를 친환경 팝업스토어 콘셉트로 운영한 바 있다. 성수동 공장에서 버려지는 제품을 재활용한 가구부터 나무, 볏짚을 활용한 의자 등 모든 제품을 친환경 소재로 만들었다. 매장 내에서 일회용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판매하는 굿즈도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다른 어떤 친환경 활동보다도 팝업스토어 뒤에 남겨질 것에 대해 보여주는 '관심'에서 ESG 경영에 대한 기업의 진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팝업스토어 현장에 더 많은 '매일유업'이 생겨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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