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의 금융산책] 은행들 "어쩌다 이렇게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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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의 금융산책] 은행들 "어쩌다 이렇게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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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김지훈 기자 |  "...어쩌다 이렇게 됐지"

영화 '범죄의 도시3'서 큰 인기를 끌었던 극중인물 초롱이가 꼬여버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내뱉은 명대사다.

요즘 은행업계를 보면 이 대사가 문득 떠오르곤 한다. 근래 업계는 조용한 날이 없을 정도로 요란한 시기를 보냈다. 횡령, 내부통제, 건전성 문제 등으로 입방아에 오르고 내렸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업이다 보니 더 충격이 컸다.

또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금융 불균형이 더 뚜렷해지고 있는데 그 요인으로 전문가들은 부동산을 지목하고 있다. 부동산의 경우 가계와 기업을 불문하고 부채가 급증하면서 은행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 입장에선 대출을 풀었다 조였다 하며 갈피를 잡기 힘들게 한 정부의 정책이 원망스럽기도 할 것이다.

앞서 정부는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했고 특례보금자리론이나 50년 만기 주담대 등이 공급되면서 주택시장으로 다시 돈이 몰렸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도 주담대를 받을 수 있게 했고 담보인정비율(LTV)을 30%까지 허용했다. 주택임대·매매업자에 대한 규제지역 주담대도 LTV 한도를 확대했다. 

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를 취급하는 은행들을 압박했다. 그 결과 5개 은행은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을 중단했고, 7개 은행은 연령 제한으로 조절에 나섰다.

이익을 얻어야 하는 은행들은 기업 대출로 눈을 돌렸고 유치를 위해 은행들의 경쟁은 후끈 달아올랐다.

한참 관련 내용이 이슈화됐을 때 한 은행 여신부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과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됐다.

내용은 이렇다. 기업 대출도 금리 경쟁력이 중요한데 일부 은행은 금리 경쟁력이 타행보다 떨어져 이탈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대출실적을 채우기 위해 무리한 여신 진행이 많아지고 있고, 내부적으로도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는 이 상황이 걱정된단다. 또한 소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며 연체가 급증하고 있다.

한숨 쉬며 내뱉은 그의 한마디가 뇌리에 박혔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일해야 하는 것인지"

현재 저축은행과 일부 은행 등은 각자의 고심거리로 고통받고 있다. 특히 '건전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는 신중하고 일관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고, 경기 부양을 위해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체질 개선이 늦어져서도 안 된다. 은행의 경우 손실흡수능력을 선제적으로 제고하는 등 건전성 관리를 위해 절실히 노력해야 할 때다.

"어쩌다 이렇게 좋은 날이 왔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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